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 이후 처음 열렸다. EU 의회 개막과 함께 28∼29일(현지시간) 개최되는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영국의 EU 탈퇴 협상 개시 시점과 방법을 둘러싼 원칙적인 서로의 입장만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BBC방송은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정상회의가 개막했다고 보도했다. 현지시간 오후 7시에 열린 정상회의 첫 만찬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국민투표 결과 EU에서 탈퇴키로 했다는 사실을 공식 보고했다. 영국 측은 정상회의에서 EU와의 탈퇴 협상을 언제 시작할지는 오는 9월 이후 선출될 차기 총리가 정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다. 캐머런 총리는 정부 내 EU 탈퇴를 준비하기 위한 특별기구를 발족했으며 이 기구에서 탈퇴 협상 준비에 착수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EU 회원국 정상들은 영국이 협상 개시를 알리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기 전에는 어떤 협상에도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메르켈 총리는 회의 전 독일 의회 연설에서 “영국과의 협상에서 결코 체리피커(잇속만 챙기는 얌체 소비자)를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영국에 탈퇴에 따른 불이익을 주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EU 의회 기조연설에서 “당장 오늘내일에 탈퇴 선언을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면서 “하지만 불확실성이 길어지지 않게 빨리 탈퇴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U 의회는 캐머런 총리가 정상회의에 투표 결과를 보고한 만큼 지체 없이 탈퇴 협상도 선언돼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다만 결의안은 구속력이 없다.
EU 의회 멤버이자 브렉시트를 주도한 영국독립당 소속 나이절 패라지는 회의장에서 “17년 전 여기서 브렉시트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했을 때 여러분은 날 비웃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심각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EU에서 떠나는 국가가 결코 영국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다.
EU 정상들은 29일 오전에는 캐머런 총리를 제외시킨 가운데 조찬 회의를 열어 자체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EU와 영국의 힘겨루기가 지속되자 미국이 중재에 나섰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전날 브뤼셀에서 EU 관계자들을 만나 “명예를 살리겠다고 자기 코를 잘라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에 과잉대응을 삼가라는 주문이다.
탈퇴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영국의 신용등급은 하향 조정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영국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두 단계 낮췄다. 피치 역시 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렸다.
파운드화도 전날 유럽 외환시장에서 파운드당 1.3119달러를 기록해 1985년 이후 31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날인 지난 23일보다 14% 하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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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U “탈퇴협상 빨리” 캐머런 “9월 이후 새 총리가”
입력 2016-06-29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