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키로 한 것은 해운·조선업 구조조정과 브렉시트라는 대내외 악재에 대응할 마땅한 다른 정책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추경은 예상보다 많이 걷힌 세금을 재원으로 해 재정 건전성에 무리가 가지 않게끔 설계됐지만 그만큼 규모나 용처 등에서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는 추경 재원 10조원은 지난해 걷고 남은 세금 1조2000억원에 올해 예상되는 초과 세수를 더해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적자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마련해 왔던 통상적인 추경 편성 관행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담뱃세 인상 이후 세금이 예상보다 많이 걷히고 있기 때문이다. 올 4월까지 국세수입 진도율은 43.5%로 지난해 같은 기간(36.5%)보다 크게 높은 상황이다. 기획재정부 이호승 경제정책국장은 27일 “지금까지 세수 진도율로 보면 올해도 10조원 이상의 초과 세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나랏빚을 늘리지 않고 추경을 편성한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정부는 전년도 세계잉여금 15조3000억원 중 4조6000억원을 추경 재원으로 조달했다.
정부는 추경 편성으로 재정 건전성이 훼손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초과 세수를 재원으로 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정부가 걷은 국세의 40%는 지방교부세와 교육재정교부금 명목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교육청으로 내려가도록 규정돼 있다. 즉 10조원의 추경 재원 중 4조원은 사용 권한이 각 지자체와 교육청에 있는 셈이다. 정부는 행정자치부와 교육부를 통해 지방으로 내려가는 추경 자금이 추경 본래 목적에 부합되도록 쓸 것을 권고한다는 계획이지만 누리과정 예산 등 다른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
적자국채 발행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얽매이다보니 충분한 실탄을 마련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당초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 사태 대응만으로도 1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 상황에서 브렉시트라는 돌발 악재를 감안할 때 최소 15조원 이상이 적절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급박하게 추진된 만큼 추경사업이 졸속으로 짜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정치권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다. 이를 감안해 예산 당국도 일자리 창출과 민생안정 사업을 중심으로 추경안을 편성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 당국 관계자는 “정부 내에서 추경 불가 원칙이 무너진 것이 한 달도 채 안 됐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추경안을 편성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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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추경 10조 중 지자체 몫 4조… 용처·효과 논란
입력 2016-06-29 0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