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폴리스(학교전담 경찰관)’의 여고생 성관계 의혹사건과 관련해 이상식 부산경찰청장이 28일 오전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가진 뒤 부산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 청장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동안 경찰을 신뢰해준 시민과 피해 가족에게 죄송하다”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하게 수사해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전직 경찰간부가 자신이 운영하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건을 세상에 공개한 지 5일만이다.
그는 또 “스쿨폴리스 제도의 보완을 위해 남학교에는 남성 경찰관을 , 여학교에는 여성 경찰관을 배치하겠다” “여성 경찰관을 증원하고, 남성의 경우 연륜이 있는 경찰관으로 교체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도 했다. 전형적인 ‘뒷북’이다
이 청장의 공개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에도 시민들은 여전히 불신과 의혹의 눈으로 경찰을 바라보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찰의 사건 축소와 은폐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연제경찰서는 정모(31) 경장이 사표를 제출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9일 청소년보호기관으로부터 정 경장의 비위행위에 대한 전화 문의를 받았다. 정 경장은 다음 날 ‘경찰관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사표를 냈고, 일주일 후 아무런 징계 없이 수리돼 퇴직금을 모두 받고 나갔다. 사하경찰서도 지난 8일 학교 측으로부터 김모(33) 경장이 여고생과 성관계한 사실을 통보받고, 다음날 김 경장의 사표를 받은 뒤 쉬쉬했다. 부산경찰청에는 김 경장이 “개인 신상을 이유로 사표를 냈다”고 허위보고했다. 김 경장 역시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고 퇴직금 등에 불이익도 받지 않았다. 고질적인 ‘제식구 감싸기’다.
오히려 부산경찰청이 일선 경찰서보다 먼저 알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양파껍질을 벗기듯 속속 드러나고 있는 의혹에 “도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라는 탄식이 경찰 내부에서조차 흘러나오고 있다.
사건의 축소·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의 2차 피해가 우려됐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부적절한 성관계 자체로 이미 학생들에게 씻을 수 없는 피해와 상처를 입힌 경찰은 빠른 시일 내에 의혹을 낱낱이 밝히고 관계자들을 엄벌해야 한다. 그것이 실추된 명예를 조금이라도 회복하는 길이다.
부산=윤봉학 사회2부 기자 bhyoon@kmib.co.kr
[현장기자-윤봉학] ‘스쿨폴리스’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입력 2016-06-28 2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