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머지사이드 출신 스테파니(가명·21)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있던 지난주 초 오랜만에 고향에 들렀다. 머무는 일주일 동안 부모는 어느 쪽에 투표할 것인지 질문을 퍼부었다. 말이 질문이지 사실 답은 들어볼 생각도 없었다. 부모의 의견은 이미 ‘탈퇴’로 확고했다. 브렉시트로 스스로와 자식 세대에 어떤 일이 닥칠지 설명하며 “탈퇴를 선택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투표 결과가 나온 뒤 스테파니는 부모를 쳐다보기도 싫어졌다고 고백했다.
비교적 진보 성향의 부모를 둔 조(가명)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보수당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격렬하게 반대했던 조의 부모는 이번 투표에서 유럽연합(EU) 탈퇴를 택했다. 부모 모두 대졸 출신으로 학력도 낮지 않았고, 인종차별주의자도 아니었다. 조는 “과거에 대한 향수 때문에 그렇게 투표한 것 같다”면서 “결과가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실시된 국민투표 뒤 영국 기성세대와 젊은세대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일간 가디언은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18∼34세 사이에서 EU 탈퇴를 택한 기성세대에 격분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고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앞으로 절대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겠다”는 등 세대차별적 발언이 넘치고 있다. 한 젊은이는 “국민투표 결과를 듣고는 길에서 옆을 걷는 노부부를 때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면서 “이번 일 때문에 세대차별주의자가 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가디언에 털어놨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투표 종료 직후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8∼24세는 4분의 3이 EU 잔류를 택했다. 반면 65세 이상은 61%가 탈퇴를 선택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평균 연령이 영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 30곳 가운데 27곳이 탈퇴를 선택했다. 가디언은 ‘걸프전 세대’와 ‘Y세대’는 잔류를 택했는데 ‘베이비부머’와 그 부모 세대는 탈퇴를 택했다고 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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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탈퇴 찬성한 부모 쳐다보기도 싫어졌다”
입력 2016-06-28 18:23 수정 2016-06-28 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