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의 조직문화 혁신 실험이 성공하려면

입력 2016-06-28 17:51
삼성전자가 조직문화의 대대적 변화를 예고했다.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직급체계 단순화, 수평적 호칭을 골자로 한 인사제도 개편안을 27일 발표했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처럼 빠른 실행력과 열린 소통문화를 조직 전반에 뿌리내리기 위해 지난 3월 선포한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의 구체적인 실행안이다. 하드웨어 경쟁 시대의 수직적이고 일사불란한 조직문화가 지금의 소프트웨어 경쟁 시대에는 맞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자율적·창의적·수평적 조직문화를 조성하겠다는 뜻이다. 바람직한 방향임에 틀림없다.

내년 3월 시행될 개편안에 따르면 직급 단계를 기존 7단계(사원 1·2·3-대리-과장-차장-부장)에서 4단계로 단순화했다. 팀장 이상 고위직을 제외하고 직원 간 공식 호칭으론 ‘∼님’을 사용하기로 했다. 회의·보고 문화를 개선하고 불필요한 잔업과 특근도 근절해나가기로 했다. 앞서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한국 기업문화의 심각한 문제점으로 습관화된 야근, 비효율적 회의, 과도한 보고, 소통 없는 일방적 업무 지시 등을 지적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는 낡은 상명하복식 문화를 쇄신하지 않고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관건은 제도의 안착이다. 형식이 바뀐다고 내용도 저절로 바뀌는 건 아니다. 이런 변화가 삼성이 처음도 아니다. CJ가 2000년 ‘님’ 호칭을 도입하는 등 이미 일부 기업에서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에 나선 바 있다. 그럼에도 삼성이 주목받는 건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라서 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제도가 우리 현실과 너무 유리돼서도 안 된다.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직후 도입한 ‘7·4제’(오전 7시 출근·오후 4시 퇴근)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실용주의를 내세운 이재용 부회장의 실험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경영진의 권위주의적 사고방식부터 바꾸는 게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