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소방수’ 임창용(40·사진·KIA 타이거즈)이 기나긴 여정 끝에 고향팀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른다. KIA의 전신 해태 타이거즈를 떠난 지 18년 만의 귀향이다. 지난해 프로야구 후반기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가장 큰 이슈는 해외원정도박 파문이었다. 임창용은 이에 포함돼 여론의 비난을 쉽게 피할 수 없었다. 갑작스레 현역생활 연장과 은퇴의 기로에 놓였을 때 손을 붙잡아준 건 다름 아닌 친정팀 KIA였다. 이제 그가 호랑이 군단의 일원으로서 백의종군하는 일만 남았다.
임창용이 빠르면 다음달 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넥센 히어로즈와의 정규리그 경기에서 복귀가 가능하다.
지난해 임창용은 전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에서 정규리그 55경기에 출전해 5승2패 33세이브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하고 11년 만에 구원왕을 차지했다. 임창용이 뒷문을 잘 지킨 덕분에 삼성은 정규리그 5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 원정도박 파문 당시 임창용의 이름이 거론된 것. 임창용은 결국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서지 못한 채 삼성으로부터 방출 수순을 밟게 됐다.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던 임창용은 한순간에 오갈 곳 없는 처지가 됐다. 불혹의 나이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과 시속 150㎞대의 강속구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임창용은 나머지 프로야구 구단에게도 분명 매력적인 카드였다. 하지만 비난의 화살과 함께 그를 거둬들이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더구나 임창용은 팀을 옮겨도 KBO의 징계에 따라 올해 정규리그 144경기 중 절반에 해당하는 72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다. 이를 감수하고 임창용을 부르는 구단은 없었다.
임창용은 어느 때보다도 추운 겨울을 보냈다. 20년 이상 쌓은 야구 커리어를 이대로 허무하게 내려놓을 순 없었다. 평생 야구만 해온 그가 팬들 앞에서 진심으로 사죄할 방법은 선수로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는 “고향팀에서 정말 야구를 하고 싶다”며 KIA의 문을 두드렸다. 임창용은 광주 진흥고를 졸업한 뒤 1995년 해태에 입단해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4년간 186경기에 출전해 29승 24패 60세이브를 거두며 특급 마무리 투수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세이브 기록의 경우 1997년부터 1998년까지 두 시즌 만에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1999년부터는 삼성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지만 광주는 임창용을 프로 선수로 성장케 한 텃밭이었다.
KIA는 올해 3월 은퇴 위기에 몰린 임창용에게 속죄의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우여곡절 끝에 4월부터 KIA의 2군 함평야구장에서 훈련에 돌입했다. 올 시즌 중위권 싸움 중인 KIA는 최근 상승세와 더불어 임창용의 가세로 마운드의 부담을 덜게 됐다.
임창용은 고향팀 KIA와 팬들 앞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뱀직구’가 올해도 타자들에게 통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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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고향팀서 ‘창용불패’ 재현한다… ‘불혹의 소방수’ 임창용, 18년 만에 컴백홈
입력 2016-06-28 17:30 수정 2016-06-29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