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원 특권 내려놓기, 이번엔 말잔치로 끝낼 생각 말라

입력 2016-06-28 17:51
국회의원은 일반 국민에 비해 많은 특권을 누린다. 의정활동에 필요한 특권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아닌 게 절대 다수다. 죄를 지어도 국회의원은 회기 중엔 함부로 구속할 수도 없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데 국회의원은 예외다. 민주화 이후 ‘특권 내려놓기’를 떠들지 않은 국회가 없었는데 한 번도 실천에 옮긴 적이 없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가족 채용과 보좌진에 대한 갑질은 그 결과다.

이런 도덕적 불감증은 비단 서 의원 개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전에도 유사 사례가 빈번했지만 여태껏 개선되지 않고 있다. 법과 제도가 미비해서다. 국회의원과 배우자의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은 17대 국회부터 계속해서 발의됐으나 본회의는 고사하고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언제나 구호만 요란했을 뿐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실천 의지가 박약했기 때문이다. 진작 법을 고쳤다면 서 의원의 갑질을 막을 수 있었다. 20대 국회에서도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및 갑질 금지 법률안’ 등 여러 건의 특권포기 법안이 발의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의장 직속의 ‘특권 내려놓기 위원회’ 설치를 약속했다. 국회 스스로 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걸 인정한 것이다.

여야는 서 의원 갑질 및 국민의당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사건을 계기로 국회 혁신안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친인척의 보좌진 채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특권의 대명사로 불리는 불체포 및 면책특권을 시대 변화에 맞게 조정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민주주의가 말살된 과거 군사독재 시절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던 불체포·면책특권은 본래의 취지를 상실한 채 비리 의원이나 무책임한 폭로정치의 보호막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차제에 일하지 않아도 거액의 세비를 꼬박꼬박 챙기는 ‘무노동유임금’의 못된 관행도 뜯어고쳐야 한다. 일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로 본회의나 상임위 등에 참석한 횟수에 비례해 회의수당을 차등 지급하고, 비리사건으로 의원이 구속됐을 경우 세비 지급을 중단하는 게 마땅하다. 의원들이 방법을 몰라서 특권을 안 내려놓는 게 아니다. 철저한 국민적 감시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도 소문난 말잔치로 끝나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