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민은 결국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선택했다. 과거 미국 금융위기나 유럽 재정위기가 경제적 문제에서 비롯된 사건이라면 브렉시트는 난민 문제, 주권 제한 등 유럽의 정치·사회적 문제가 표출된 사태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브렉시트가 초래하는 단기적 경제 충격뿐 아니라 이것이 향후 유럽연합, 유로 단일통화 체계, 그리고 더 나아가 국제 금융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그동안 경제적 관점에 국한해 브렉시트 가능성을 과소평가해 왔다. 그러나 막상 브렉시트가 결정되니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세계화와 자유로운 자본 이동에 따른 경제적 효율성 대신 폐쇄적 민족주의가 우선될 경우에 기존 국제 금융질서가 어떻게 개편될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브렉시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영국과 유럽의 비중이 10% 수준에 머물러 국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지만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의 영향을 받아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해하고 있다. 우리 정책 당국은 브렉시트가 금융시장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3700억 달러에 달하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을 만큼 충분한 수준이다. 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이 발생하는 상황과 경제주체들의 소비·투자 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되는 현상에 대비해 정책 당국이 적절한 대응을 한다면 브렉시트가 국내 금융시장의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브렉시트가 가져올 수 있는 국제 금융질서 변화를 염두에 두고 이에 대비하는 노력이라고 판단된다. 기회는 항상 기존 체계에 균열이 생길 때 새로이 나타난다. 브렉시트는 기존 체계에 균열을 초래하고 새로운 질서가 태동케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건이다.
우선 세계 최고의 국제 금융센터이던 런던의 미래가 불확실해졌다. 런던 소재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유럽연합의 패스포팅(passporting) 원칙에 따라 영국에서 인가받은 업무를 다른 회원국에서 별도의 인가 없이도 수행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불가능하게 됐다. 향후 런던의 위상은 영국과 유럽연합 간 브렉시트 협상 진행 상황, 그리고 유럽연합 내에서의 또 다른 탈퇴 움직임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또한 자본시장동맹(capital markets union) 등 유럽연합 차원에서 추진됐던 금융정책도 브렉시트로 인해 실효성이 반감될 것이다. 금융규제 및 감독에 대한 유럽연합 차원의 논의도 영국이 유럽연합의 경쟁국으로 등장함에 따라 기존 방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우리나라가 과거 10년 이상 추진했던 국제 금융허브 정책이 별다른 성과 없이 공허한 메아리로 남은 건 정책 당국의 잘못만은 아니다. 이미 견고하게 구축돼 있는 기존 국제 금융시장 체계를 우리의 힘만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기도 했다. 브렉시트로 인해 기존 체계에 균열이 생기면서 우리에게도 기회가 오고 있다. 아마 싱가포르 홍콩 등 현재의 국제 금융질서에 깊숙이 들어가 있는 아시아 국가들도 국제 금융허브로서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열을 올릴 것이다. 우리 정책 당국 및 금융회사들은 브렉시트가 가져올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새로운 국제 금융질서에서 보다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경제시평-신성환] 브렉시트, 한국금융의 기회로
입력 2016-06-28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