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이혼 후 아빠, 할머니와 함께 사는 초등학교 4학년 A군. 학교에서 친구들을 괴롭히고 공격적이어서 상담센터를 찾았다. 아빠는 이런 아들의 행동을 고치기 위해 어려서부터 체벌을 했다. 아이는 심리치료(놀이)를, 아빠는 개인상담을 진행했다. 아빠는 자신도 어렸을 때 부모에게서 체벌을 많이 받았고, 부모의 잦은 싸움과 갈등 속에서 성장함으로써 마음의 상처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이혼이 아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도 깨닫게 되면서 아이에 대한 체벌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A군도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생기를 찾았고 공격성도 많이 줄었다.’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 대전서부에서 실시한 부모교육을 통해 변화된 사례다. 오정미 대전서부 상담실장은 “아이의 문제행동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아이뿐 아니라 부모도 변하기 위한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며 부모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모교육, 왜 중요한가=부모교육은 문제가 터지기 전에 미리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아동학대 감소에 도움을 준다. 지난 3월 정부에서 발표한 ‘아동학대 종합대책’의 키워드는 ‘예방’과 ‘조기발견’이었다. 아동학대 종합대책에서는 신고와 처벌이 중심이었던 기존 대책을 강화하는 한편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조기발견하는 방안을 추가했다. 그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부모교육’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결혼 전(학생 군인 예비부부), 임신·출산기, 자녀 영유아기, 자녀 학령기 등 생애주기를 구분해 부모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정미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본부장은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부부가 갓 태어난 아기가 밤에 운다고, 아빠는 아기를 발로 차고 엄마는 이불로 아기 입을 틀어막은 예가 있었다”며 “어린 부부가 경제적으로 힘들고 스트레스가 심해 순간 충동을 억제하지 못했다. 아기는 우는 것으로 의사표현을 하는데, 만약 이들 부부가 사전에 부모교육을 받았다면 이렇게까지 우는 아기를 학대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교육, 무엇을 가르치나=부모교육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녀를 양육할 때 간과해선 안 될 것으로 훈육의 한 방법인 ‘사랑의 매’를 들었다. 누구나 어릴 때 자라면서 한번쯤 부모에게 맞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순간을 생각해보면 부모에 대한 서러움, 억울함, 미움, 수치심, 엄마의 화난 표정 등이 떠오른다.
오 실장은 “우리 아이들은 부모의 체벌이 무서워 말을 들을 뿐이지 스스로 판단해서 바른 행동을 하는 게 아니다. 실제 아이 마음에는 부모에 대한 원망과 분노, 상처만 남는다”고 지적했다. 정서나 언어, 훈육의 방법으로도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5년 8월 발표된 ‘2014년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서 아동학대 행위자의 특성을 보면, 양육태도 및 방법 부족이 33.5%로 가장 높게 나왔다. 아동학대 가해자들의 조사내용을 봐도 대부분 자신의 행동이 학대인지 몰랐다는 반응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양육에 대한 무지로 인해 아동학대 상황이 발생하는 만큼 아동학대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과 양육방법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모교육의 핵심은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부모는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여기고 존중해줘야 한다. 김 본부장도 “내 자식이니까 함부로 말해도 된다, 만져도 된다, 때려도 된다, 욕해도 된다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며 “부모교육을 통해 발달단계에 맞춰 자녀를 양육한다면 올바른 인성을 가진 아이로 자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굿네이버스는 27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20개 좋은마음센터를 통해 부모 및 유치원, 초등학교 교사 등을 대상으로 아동권리 및 아동학대예방, 양육행동 유형 파악, 자녀와 대화하기 등을 주제로 부모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8만8722명, 좋은마음센터에서 5655명이 교육을 받았다. 이와 함께 굿네이버스 아동학대예방 캠페인 온라인 페이지(ilove.gni.kr)를 통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실생활에서 자주 일어나는 사례를 중심으로 올바른 양육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좋은 아빠,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 오정미 상담실장의 조언
‘아이 앞에서 남편 욕’ ‘장난감 빼앗아 동생 주기’ ‘무서워하는데 강아지 만지게…’
일상에서 무심코 하는 행위, 자녀 학대일 수도
자녀를 양육할 때 학대 우려로 보이는 사례들이 있다. 오정미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 대전서부 상담실장의 조언으로 살펴본다.
아침에 남편과 다툰 후 등원하는 아이 앞에서 혼잣말로 남편 욕을 했다.
아이들이 받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부모의 다툼이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부모의 싸움에 노출된 아이들은 감정조절을 못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아이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주양육자인 엄마가 아빠와 싸우고 혼잣말로 욕했을 때, 아이는 혹여나 부모가 헤어질까 불안해한다. 싸우지 않는 부부는 없다. 그러나 싸우고 난 뒤 아이에게 설명해주고 서로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야 그나마 불안을 덜 느낀다.
둘째가 큰 아이 장난감을 갖고 싶어 해 동생에게 양보하라고 했다. 말을 듣지 않는 첫째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 장난감을 뺏어 둘째에게 줬다.
부모는 형제, 자매끼리 우애 있게 잘 지내기를 바라지만 자녀들은 한정된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얻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다툴 수밖에 없다. 첫째 입장에서는 자신이 갖고 놀던 장난감을 동생에게 왜 양보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엄마에게 한 대 맞고 장난감을 동생에게 빼앗기면 엄마와 동생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생긴다. 첫째가 장난감을 갖고 다 놀 때까지 동생이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다. 첫째에게는 동생의 마음을 이해하고 양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아이가 강아지를 무서워하는데, 두려움을 극복하라며 일부러 강아지 카페에 데려갔다.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의 손을 잡아 강아지를 쓰다듬게 했다.
아이가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좋지만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에게 강아지를 일부러 만지게 하는 것은 오히려 공포심을 갖게 한다. 아이는 강아지가 짖거나 갑자기 달려와 물까봐 두려울 수 있다. 아이로 하여금 두려움을 극복하게 하려면 ‘점진적 노출법’을 사용해야 한다. 동화책에 나오는 강아지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유리창 너머에서 강아지를 본 뒤 줄에 묶여 있는 강아지에게 다가가 만지면서 친해지는 게 순서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아이 심리치료할 때 부모 상담도 병행… 가정 행복 찾았다
입력 2016-06-28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