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은 표류하는 영국호(號)를 구하기는커녕 보복성 해임과 섀도 캐비닛(예비내각)의 맞불 사퇴로 혼란을 맞고 있다. 집권 보수당 역시 요동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26일(현지시간) 하이디 알렉산더 노동당 섀도 캐비닛 보건장관 등 10명의 각료가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알렉산더 장관은 “제러미 코빈 대표에게 현재 영국이 요구하는 해답을 제시할 능력이 있다고 믿을 수 없다”며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고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지도부 교체가 필수”라고 밝혔다. 공개적으로 대표를 비난하며 직을 내놓겠다고 한 것이다. 섀도 캐비닛은 의원내각제에서 여당이 구성한 내각의 활동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야당이 내부적으로 구성한 조직이다. 야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를 예상해 임명하고, 여당이 되면 그대로 장관이 된다.
혼란은 힐러리 벤 노동당 섀도 캐비닛 외무장관이 해임되면서 시작했다. 벤 장관은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코빈이 대표로 있는 한 총선에서 이긴다는 확신이 없다”고 말했고, 몇 시간 뒤 코빈 대표는 그를 해임했다. 그러자 알렉산더 장관 등 섀도 캐비닛 장관 10명이 잇따라 사퇴 입장을 발표했다. 노동당 최대 지지 세력인 노조연합의 제니 폼비 대표 등 코빈 편에 선 일부 각료도 있었지만, 코빈 대표를 향한 사퇴 압박은 거셌다.
그러나 코빈 대표는 굴하지 않고 10명이 사퇴한 이튿날인 27일 새로운 섀도 캐비닛 장관 10명을 발표했다. 해임된 외무장관에는 지난 1월 섀도 캐비닛 국방장관을 지냈던 에밀리 톤베리가 기용됐다. 대부분이 브렉시트에 반대했던 인물들이라고 BBC는 전했다.
노동당에선 지난 24일 브렉시트 투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어 당 대표 불신임안이 제기됐다. 실제로 EU 잔류 입장을 지지했던 노동당에서 지지자의 3분의 1 이상은 탈퇴에 투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빈 대표 불신임안은 27일 의원총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당 하원의원(229명) 중 20%가 동의해야 당원 투표에 들어간다.
집권 보수당도 혼란 수습은 고사하고 지도력 공백 상태와 분열을 겪고 있다. 오는 10월 사퇴를 예고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후임으로 브렉시트 이행을 주도할 새 총리에는 EU 탈퇴의 주역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과 EU 잔류파였던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 앰버 러드 에너지장관,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이 물망에 올랐다. 캐머런 총리는 존슨 전 시장의 당선만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양분된 영국 민심이 바닥을 칠 것이라는 이유다.
존슨 전 시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지만 보수당에선 브렉시트 투표 자체를 후회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ABB’(Anybody But Boris·보리스만 아니면 아무나 괜찮다)라는 유행어까지 나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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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英 정치권 사분오열… 혼란 수습커녕 자리싸움
입력 2016-06-28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