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후폭풍 (2)] ‘EU 탈퇴’ 뇌관 난민·테러… 해결 기미가 안보인다

입력 2016-06-28 04:08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런던 재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협상 개시를 알리는 리스본조약 50조 발동을 늦추며 유럽연합(EU)과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AP뉴시스

브렉시트 논의에 불을 붙인 것은 난민이다. 영국은 유럽에서도 난민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나라다. 그러나 영국에서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불황으로 일자리는 줄고 실업률이 치솟았다. 해마다 30만명에 육박하는 이민자의 존재는 영국으로서도 큰 부담이었다. 자연히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이민자 수용을 요구한 EU에 반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이민자에게 주는 정착금 부담 때문에 연금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중·노년층이 젊은 세대와 달리 대대적으로 ‘EU 탈퇴’에 표를 던진 이유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E J 디온 주니어는 “날로 늘어나는 이민자가 결국 민주주의를 황폐하게 만든 셈”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와 지난 3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발생한 연쇄테러는 이런 반(反)이민 정서를 더욱 부채질하는 계기가 됐다. 두 테러 모두 현지에 거주하는 무슬림 이민자가 주도했기 때문이다. 난민과 테러로 고조된 영국 내 반이민 정서가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온 브렉시트의 시작점이었던 셈이다.

이런 현상은 영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난민 문제의 최전선에 있는 그리스에서도 그렉시트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에서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난민 문제와 더불어 채권단이 3차 구제금융을 조건으로 요구한 고강도 긴축안 때문에 EU를 향한 반감이 거세다. 아직은 일부에 불과하지만 프랑스나 네덜란드에서도 영국처럼 EU 탈퇴를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문제는 난민 상황이 갈수록 악화된다는 점이다. 난민 문제가 본격 부상한 2014년부터 올해 전반기까지만 지중해를 건너다 사망한 난민이 1만명을 돌파했다. 대규모 난민을 양산한 시리아 내전은 5년째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달 중순 벨기에 경찰이 테러를 모의한 용의자 12명을 긴급체포하는 등 유럽 내 테러 위협도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영국의 이탈은 테러와 난민 문제에 대응하는 EU에 큰 타격이다. 테러 방지를 위한 정보공유와 수사공조는 물론 당장 영국 정보기관과 해군이 동참했던 EU의 난민 밀입국 세력 퇴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영국이 독자적으로 기존보다 엄격한 난민 정책과 이주민 정책을 펼 경우 EU 차원의 난민 분산 수용책에 대한 회원국의 반발이 커질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그동안 헝가리나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일부 국가들은 난민 수용 문제로 EU와 마찰을 빚었다.

난민 문제로 촉발된 브렉시트로 인해 향후 유럽의 난민 정책도 퇴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과 가난을 피해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건너왔지만 환영받지 못하고 사회에도 동화되지 못한 이주민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의 유혹에 빠질 개연성도 높다. 그렇게 악순환이 반복될 경우 국제사회의 과제인 난민과 테러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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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