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의 ‘따스한 위로’… KBS ‘감성 애니 하루’

입력 2016-06-29 00:02

늦은 밤에도 TV 속 인물들은 활기차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이들은 밤늦은 시간에도 에너지가 넘치고,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서는 심각하고 날카로운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TV가 내보내는 에너지는 차분한 휴식과는 거리가 멀다.

빠르게 넘어가는 화면 대신 따뜻한 그림들이 느리게 흘러가는 애니메이션이 한밤 중 TV에 등장했다. KBS ‘감성애니 하루’다. ‘하루’는 잔잔한 그림과 하루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들로 꾸며진 5분짜리 애니메이션이다. 배우 김미숙, 손현주, 채시라가 내레이션에 참여해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난 23일 방송된 ‘인생의 길을 잃다’(사진)는 김미숙의 목소리로 이렇게 시작한다. “엄마를 언니라고 부르는 딸이 있습니다. 엄마를 언니라고 부르는 병이 있습니다.” 마흔 두 살에 치매에 걸린 딸과 그 딸을 돌보는 일흔 살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짧은 이야기는 어둡지 않다. 나라와 이웃과 가족이 모두 함께 치매 환자를 돕는 일본의 마을을 소개하는 것으로 넘어가며 희망을 말한다.

‘하루’가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은 따뜻하고 편안하지만 이렇듯 담고 있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스몸비(스마트폰+좀비), 청년 실업, 저녁이 없는 삶 등 사회적인 이슈들을 다루면서 다큐멘터리 성격을 부여했다. 다큐멘터리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실사 화면이 교차 구성돼 들어가 있는 게 특징이다.

제작진은 “하루가 모이고 쌓여 일 년이 되고, 그 일 년이 모여 일생이 되듯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거울을 애니메이션의 장점인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5분짜리 애니메이션이지만 제작진은 적잖이 공을 들였다. 15명의 전문 애니메이터가 2600여시간을 투입했다. KBS 사상 최장수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인 ‘TV동화 행복한 세상’을 책임졌던 이미애 작가가 5개월 동안 스토리를 이끌었다. 라디오 프로그램 ‘노래의 날개 위에’와 ‘정오의 희망곡’ 등을 담당했던 윤석미 작가도 함께 했다. 짧지만 강한 휴먼 스토리의 드림팀이 모인 셈이다.

총 16부작으로 구성된 ‘하루’는 지난 14일부터 매주 화∼금 밤 10시55분 방송 중이다. KBS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시보기’도 가능하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