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배우’ 안성기는 1952년 1월 1일생이다. 올해 한국 나이로 65세, 1957년 ‘황혼열차’로 데뷔한 이후 연기생활 59년째다. 출연 작품은 160편이 넘는다. 해보지 않은 배역이 없는 그가 “이렇게 뛰고 달리며 싸우는 액션 영화는 처음”이라고 머리를 내저었다. 29일 개봉되는 ‘사냥’에서 그는 산을 지키는 문기성 역으로 종횡무진 활약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지난 23일 ‘사냥’의 시사회와 미디어 데이에 이어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청바지에 셔츠 차림인 그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로 많은 액션을 해본 기억이 없어요. 총을 이렇게 많이 쏴 본 것도 마찬가지고요. 젊었을 땐 다소 심각한 영화만 찍다보니 정작 이런 영화는 못 해본 거죠. 모처럼 몸 좀 풀었어요.”
‘최종병기 활’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각본에 참여하고 이우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사냥’은 안성기를 위한 추적 스릴러물이다. 산자락에 둘러싸인 가상의 공간 무진에서 탄광 붕괴 사고가 일어나고 유일한 생존자인 기성(안성기)은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어느 날 경찰 동근(조진웅)이 금맥을 발견하고 엽사들을 동원한다. 이를 막기 위해 극 중 안성기는 조진웅이 이끄는 일행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
민소매를 걸친 안성기의 다부진 몸매가 장난 아니다. 가슴 근육과 팔 다리의 알통을 보고 있노라면 60대 중반의 나이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평소 기본적으로 다져 놓은 몸매예요. 그동안 옷을 다 걸치고 나온 작품이 많아 제 몸이 어떤지 잘 몰랐을 겁니다. 산을 뛰고 달리는 장면에서 젊은 배우들이 힘들어하는 걸 보고 자신감과 뿌듯함을 느꼈어요.”
청년들도 울고 갈 강철 체력을 자랑한 안성기에 대한 후배들의 원성이 자자했단다. “비탈길에서 위험한 액션 신이 많다 보니 낙법훈련을 열심히 받았지요. 어느 정도 하고 나면 쉴 줄도 알아야 하는데 이 산 저 산 뛰어다니며 감독이 시키는 대로 척척 해냈으니 후배들이 ‘아, 미치겠다. 정말’이라는 눈빛으로 날 원망하는 것 같더라고요.”
영화에서 안성기는 총을 맞아도 죽지 않고, 람보처럼 총을 여러 자루 어깨에 둘러메고 나타나 실소를 자아낸다. “불사신이 아니라 (몸이 아닌) 총신에 맞은 건데 잘 알아보지 못했다면 개연성에 문제가 있는 거네요. 하지만 스토리 전개에는 큰 문제없으니 애교로 봐 주세요. ‘람보처럼’ 등장한 것은 시나리오 지문에 한 줄 있는 걸 살린 거예요. 덕분에 ‘람보 할배’라는 별명을 얻었어요. 저는 ‘고독한 람보’라는 애칭이 더 좋긴 한데.”
반세기 넘게 한국영화와 함께한 그의 소망은 ‘영원한 현역’으로 남는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거절한 이유도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영화 속에서 무슨 배역이든 해내는 게 행복한 거지 제 능력 밖의 일을 하면 별로 행복하지 않을 거 같았어요. 영화계에도 폐를 끼치게 되고요.”
안성기와 조진웅의 연기력이 조화를 이루는 ‘사냥’은 같은 날 개봉되는 김혜수 주연의 ‘굿바이 싱글’을 제치고 예매율(23% 내외) 1위를 달리고 있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실미도’ 등 숱한 흥행작에 출연한 그이지만 은근히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그는 “보는 관점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겠지만 더운 여름날 소나기 같은 영화”라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인터뷰] ‘사냥’에서 액션 투혼 발휘한 안성기 “람보할배?… 고독한 람보라 불러주세요”
입력 2016-06-29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