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진예공건축 백창건 대표 “북한에 정말 예쁜 교회 세우고 싶어요”

입력 2016-06-28 21:20
백창건 ㈜세진예공건축 대표는 바람직한 교회 건축의 방향으로 ‘콤팩트한 교회’를 꼽았다. 강민석 선임기자
경기도 화성 남양감리교회 조감도(왼쪽)와 경북 포항동부교회 조감도.
㈜세진예공건축 백창건 대표의 사무실엔 원서가 많았다. 책상 뒤 5단 높이의 책장에는 건축설계 관련 원서가 빼곡했다.

백 대표는 23일 “대학 때부터 경쟁하듯 책을 샀는데 동생이 빌려가 다 없어지고 겨우 남은 것”이라고 말했다. 동생도 건축업을 한다고 했다. 세진예공건축은 1988년에 설립된 교회건축 전문 설계회사다.

백 대표는 이야기하는 것을 즐겼다. 그는 ‘원서가 많다’는 말 한마디에 동생 이야기를 꺼내더니 교회 설계를 시작하게 된 계기, 교회를 건축한 후 성장한 교회 등을 쉴 새 없이 이야기했다.

“병원 호텔 상가 등을 설계하다가 교회 설계도 하고 싶어 기도를 했어요. 실제 교회 설계를 의뢰받아 함께 참여했는데 시험에 들 만한 문제가 많더라고요. 그때 하나님이 묻는 것 같았어요. ‘그래도 교회건축을 하겠느냐’고.”

백 대표의 대답은 ‘예스’였다. 그는 건전한 교회건축 문화를 선도하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28년간 전남 목포 사랑의교회(백동조 목사), 경북 포항 동부교회(김영걸 목사) 등 200여 교회를 설계했다.

백 대표는 교회 건축 설계에 두 가지 원칙을 갖고 있다. 교회는 지역주민과 호흡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주님께서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한 말씀에 따른 것이다.

또 교회는 아름답고 사랑이 넘치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는 치밀하고 과학적이며 합리적인 분석과 관련이 있다. 백 대표는 이 같은 원칙을 토대로 그 교회의 목회 철학과 비전을 반영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대표작은 2002년에 준공한 목포 사랑의교회다. 이 교회는 설계도 좋았지만 건축 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처음에는 목사님이 부채 때문에 힘들어했어요. 그래서 ‘걱정 마시라, 교회 앞에 땅도 다 사시게 될 테니’라고 했더니, ‘당신이 나보다 믿음이 더 좋다’고 한 말씀이 기억납니다.” 목포 사랑의교회는 7년 만에 성도가 450여명에서 5000여명으로 늘어 실제 그 앞 4958㎡(1500여평)의 땅을 매입했다.

지역주민과 호흡하는 교회로는 안양의 한 교회를 예로 들었다. 그가 설계한 곳은 아니다. 그는 그 교회의 카페를 방문했다가 “여기 매일 오니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예배라도 한 번 참석해야겠네”라고 주민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백 대표는 이곳이야말로 사람들을 오게 만드는 선교적 교회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바람직한 교회 건축의 방향으로는 ‘콤팩트한 교회’를 제시했다. “너무 화려하게 장식해서 건축비를 올릴 필요가 없어요. ‘내 몸에 맞는 교회’를 짓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에요. 성도가 늘면 교회를 키우지 말고 예배의 횟수를 늘리면 됩니다.”

그의 비전은 뜻밖에도 북한에 교회를 짓는 것이었다.

백 대표는 “2020년 정도가 되면 한국 내 교회건축 수요는 없어질 것”이라며 “이후의 교회건축 시장은 북한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통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정말 그곳에 예쁘고 사랑스러운 교회를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전병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