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Brexit) 협상 절차 돌입을 위한 유럽연합(EU)과 영국의 힘겨루기가 거세지고 있다. EU는 탈퇴 협상 개시 시점을 분명히 요구할 방침인 반면 영국은 협상 개시를 알리는 리스본조약 50조 발동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입장이다. 양쪽 모두 브렉시트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어서 양보가 쉽지 않다. 28일(현지시간)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다른 정상들의 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캐머런 총리는 이 회의에서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하지 않을 방침이다.
로이터통신과 BBC방송에 따르면 EU 주도국들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는 27일 베를린에서 3국 정상회담을 열어 영국에 구체적인 탈퇴 협상 개시 시점을 밝힐 것을 요구키로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개시 시점과 함께 향후 협상 프로세스도 구체화해 줄 것을 주문키로 했다. 앞서 메르켈과 올랑드는 전화통화를 갖고 이같이 요구한다는 데 사전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독일 총리실의 슈테펜 자이베르트 대변인도 “EU 정상들은 영국이 공식적으로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하지 않는 한 어떤 물밑 대화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세 나라 정상이 이렇게 합의했지만 내부 불협화음은 여전하다. 메르켈 총리는 영국에 시간을 좀 더 주자는 입장인 반면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속전속결 협상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이를 두고 BBC는 “셋이 만난 주된 목적은 대화보다는 28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단결돼 있다는 사진을 찍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리스본조약 50조 발동을 늦추는 게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서 “우리와 EU가 서로 원하는 것이 분명해졌을 때 발동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이는 영국에 유리한 협상 조건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발동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오스본은 특히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할 권한은 오직 영국만 갖고 있다”고 말해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영국의 경제 기조는 좋다”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결코 녹록지는 않음을 시사했다. “지금은 새는 지붕을 고쳐야 할 때”라는 말에서 현 상황의 어려움이 느껴졌다. 특히 경제정책 수정이 불가피하지만 새 총리가 와야 가능하다는 말 때문에 오는 10월까지도 영국의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졌다.
영국과 EU 국가의 극명한 입장 차이 때문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될지가 관건이고, 그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메르켈은 지난해 그리스 재정위기 협상 때도 강경일변도의 EU와 탈퇴 카드까지 꺼내든 그리스 양쪽을 분주히 오가며 입장차를 조율해 결국 합의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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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英 총리-EU 정상들 28일 대면… ‘탈퇴 협상’ 힘겨루기 격돌 불가피
입력 2016-06-27 18:03 수정 2016-06-27 2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