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더멘털의 힘?… 코스피, 충격 딛고 반등

입력 2016-06-27 18:03 수정 2016-06-28 00:55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명동사옥 딜링룸에서 27일 한 직원이 주가지수를 살펴보며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브렉시트 직후 급락했던 주가지수는 이날 꾸준히 하락폭을 좁히다 강보합세로 마감됐다. 윤성호 기자
금융시장이 문을 열기 전인 27일 오전 7시30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증시·외환·은행 등 금융권역별 대응계획 점검회의를 열었다. 전날에도 브렉시트 비상점검회의를 주재한 임 위원장은 “한국은 웬만한 대외 여건 악화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충분한 대응 여력을 갖추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전 9시 장이 열리자 금융권 관계자들은 긴장감 속에 지수 추이를 지켜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개장하자마자 1900.83포인트까지 추락했다. 1900선 붕괴 위기에서 기관의 저가 매수세가 대량 유입됐고, 1917포인트까지 지수가 수직 상승했다. 정오를 기점으로 외국인이 주식을 팔기 시작하면서 지수는 다시 꺾였다. 반발 매수세가 유입돼 오후 2시부터 상승세를 탔고, 0.08% 오른 1926.85로 강보합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90원선 직전까지 올랐다가 1182.3원으로 마감하며 다소 안정을 되찾았다. 검은 월요일 우려가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주요 아시아 증시도 대부분 상승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2.39%,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45% 상승했다. 24일 2.92% 떨어졌던 홍콩 항셍지수는 이날 약보합(-0.16%) 마감했다. 한국시간 오후 10시 30분 기준 프랑스 CAC지수는 1.94%, 영국 FTSE 100지수는 1.96%, 독일 DAX지수는 1.79% 하락했다. 브렉시트 당일 각각 8.04%, 3.15%, 6.82% 추락했던 것에 비하면 낙폭이 제한됐다.

주요 해외 증시들의 패닉이 진정되면서 우려했던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금융 당국 관계자들은 브렉시트 이후 한국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위기관리에 양호한 수준이라면서 과도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신호를 연달아 보냈다. 시장에서도 특별한 실물지표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경계심을 가질 필요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황영기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증권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브렉시트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사건이고 금융, 재정의 직접적 손실이 장에 전이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난 게 아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증시 상승세는 외환보유액 등 한국의 펀더멘털이 튼튼하기 때문이라기보다 원화 약세, 일본·중국 증시 강세 영향을 받은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투자 김두언 선임연구원은 “지난 2월 중국 증시 급락 등 때도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3000억 달러 이상이었지만 폭락을 피하지 못했다”며 “재정 상태가 바닥인 유럽의 통화정책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고, 미국 경기 전망도 좋지 않기 때문에 한두 번 충격이 더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교보증권 김형렬 매크로팀장은 “파운드화 가치 급락, 유럽연합(EU) 회원국 사이의 분열 등의 이슈가 다시 등장하면 충격을 받을 여지가 남아 있다”며 “불안이 하루 이틀 만에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368억원을, 개인은 2112억원을 팔아치웠다. 기관이 4069억원을 사들이며 지수 하락을 방어했지만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질 경우 하락 반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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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