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습기 독성 살균제 사건 등으로 인해 국민 생명과 신체에 대규모 위험이 발생했습니다. 기존 법제도가 제대로 기능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호문혁 사법정책연구원장)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과 국회입법조사처는 27일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 적정화를 위한 민사적 해결방안의 개선’ 심포지엄을 열었다. 가습기 살균제와 경유차 배출가스 사건 등을 계기로 국민을 지킬 우리 법체계가 과연 완전한지 따져보자는 심포지엄이었다. 법조인과 시민단체, 언론인이 모여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집단소송 확대돼야”
임성호 국회입법조사처장은 “현대 사회의 정보·기술은 가해자 측에 편중돼 있다”며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당사자 지위를 회복시켜 주는 제도적 방안을 고찰하는 것이 심포지엄의 목표”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장 먼저 논의된 의제는 최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확대 요구가 커지는 집단소송 제도였다. 집단소송은 소비자 권리 구제 편리성, 불법행위 예방효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부담 증가, 남소(濫訴) 부작용 우려로 증권 분야를 벗어나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홍정아 입법조사관(변호사)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언급하며 “기업의 무분별한 이익추구로 피해를 입은 국민이 권리를 행사하기 힘든 상태로 방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불리한 입장에 있는 소비자가 기업과 동등한 지위에서 손해 원인을 다투려면 집단소송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한누리의 김주영 대표변호사도 “가해자는 다수의 피해자들이 감정적 고통과 귀찮음에 소송을 포기하는 점을 악용한다”며 ‘확대’에 힘을 실었다. 함영주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남소를 걱정하는 정부 의견에 근거가 희박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변호사가 집단소송을 수행하다 망하는 일이 계속되는데도 과연 반복 수행할 유인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3배는 부족”
심포지엄에선 정신적 손해배상으로서의 위자료 문제도 심도 있게 언급됐다. 국제적 수준에 비춰 우리 법원의 위자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창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지마비가 된 경우 우리나라는 위자료로 5000만원, 영국과 프랑스는 4억원 이상을 산정한다”며 “피해자의 고통을 직시해 액수를 전향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우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많은 위자료를 인정하는 나라들은 배상의 대상이 더 제한적”이라면서도 “비교법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위자료의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아직 명확한 판례가 형성되지 않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둘러싼 토론은 첨예하게 진행됐다. 적극 활용을 주장하는 김차동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법이 채택한 배수배상방식인) 3배는 현저히 낮다. 적절한 집행력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경실련 소비자센터 박지호 간사는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에 비춰볼 때 배상액이 과소 책정된다”며 소비자 과잉구제 의견을 비판했다.
여전한 신중론도 나왔다. 박지영 입법조사관은 “도입을 주장하는 취지에는 동감하나 법체계 문제, 이익 귀속주체 문제 등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의견을 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하기보다 현행 손해배상제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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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집단소송 확대·위자료 현실화해야”… 대법원·국회 심포지엄 “소비자, 기업과 다툼서 불리”
입력 2016-06-28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