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해 영국은 관용으로 통합해야”

입력 2016-06-27 21:16
영국 성공회 저스틴 웰비 켄터베리 대주교(왼쪽)와 존 센타무 요크 대주교는 지난 24일 ‘국민투표 결과에 따른 대주교 공동 선언’을 발표하고 “영국은 관용으로 국가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튜브 동영상 캡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국의 분열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젊은 층에서는 재투표 요구가 거세고, 4개 왕국으로 구성된 영연방 체제는 금이 가고 있다. 특히 장로교의 원류인 스코틀랜드가 유럽연합(EU)에 남기 위해 ‘탈(脫) 영국’을 시도할 예정이어서 ‘기독교 제국’의 분열도 가시화될 형국이다.

영국교회와 성도들은 분열을 막고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화합과 일치, 관용을 주문하고 나섰다. 영국 국교회인 성공회의 수장인 저스틴 웰비 켄터베리 대주교와 존 센타무 요크 대주교는 지난 24일 ‘국민투표 결과에 따른 대주교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영국은 이제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관용을 세우는 공통 과업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우리들은 장벽이 아니라 계속적인 환대와 공감으로 다리를 놓아야 한다”며 “우리 사회에는 외국인으로서 이웃이자 동료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때로 심각한 위협을 느끼며 살아간다. 우리는 다양성이 지켜지는 사회를 소중히 함으로써 그들에게 안심해도 좋다고 응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의 기독교 뉴스매체인 ‘크리스천투데이닷컴’은 25일 ‘브렉시트 이후 크리스천들이 해야 할 세 가지 반응’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고 교회의 ‘성경적 반응’을 주문했다. 세 가지는 ‘(논쟁을) 멈추고 들어라’ ‘분열된 지역사회의 촉매제로서 교회를 체계화하라’ ‘가이사가 아니라 예수만이 주님이다’ 등이다.

이 기사는 구약성경 전도서 3장을 인용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1∼8절). 이 매체는 “브렉시트로 누군가는 승리감이 넘치고 누군가는 실의에 빠져있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영원한 것은 아니다. 예수만이 영원하시며 우리의 주님이다. 경제의 ‘가이사’가 주님은 아니다”고 분명히 했다. 가이사는 로마 황제 ‘가이우스 율리우스 케사르’(Gaius Julius Caesar·BC 102∼44)의 성(姓) 케사르를 달리 표현한 것으로 지상의 권세자를 상징한다.

미국의 기독교 잡지 ‘크리스채너티투데이’도 “영국이 EU에 잔류하든 탈퇴하든 기독교인들은 두 가지 과업을 갖는다”며 “복음주의 교회들은 화해를 이끌어내야 하며 이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보도했다. 잡지는 특히 영국 성공회와 침례교회 신자들이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 교회는 이번 결과와 관련해 잔류 입장을 가진 사람들과의 논쟁에서도 최선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한편 팀 라헤이 등 세대주의적 전천년설(Premillenialism)을 따르는 일부 종말론자들은 24일 긴급 모임을 갖고 종말의 단계에 브렉시트를 긴급히 포함시켰다. 19세기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시작된 세대주의 신학은 전천년설을 근간으로 인류 역사를 7단계의 경륜(dispensation)으로 구분한다. 이들은 지나치게 문자적 해석을 강조해 이전에도 적그리스도(요일 2:18)로 교황이나 EU, 사담 후세인 등을 지목해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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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