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2차 세계대전 후 국제질서에서 미국의 핵심 파트너였다. 미·영 관계는 ‘특수한 동맹’으로 불렸다. 미국이 유럽연합(EU)은 물론 서방 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영국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브렉시트 다음 날인 24일(현지시간) “결코 변하지 않을 한 가지는 미국과 영국의 특별한 관계”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의 역내 영향력이 급속히 감소할 게 뻔한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의례적인 치사일 가능성이 있다. 임기가 불과 7개월 남은 오바마 대통령보다는 후임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양국 관계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실제 브렉시트 투표 전부터 미국은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는 게 파이낸셜타임스(FT)의 분석이다. 미국이 영국을 대신할 핵심 파트너로 여기는 나라는 독일이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유럽 국가는 프랑스지만 독일의 비중에는 미치지 못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국무차관을 지낸 니콜라스 번스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한 유명한 말이 있다. ‘내가 유럽에 전화를 걸때 누구한테 하지?’ 이제 답변은 독일 총리실로 정해졌다. 앞으로 독일과의 관계에 투자를 해야 된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번스 전 차관은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돕고 있다.
영국의 국제무대 발언권이 약해지면서 미국이 점점 외교 및 경제 관계의 중심축을 영국에서 독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인 것이다. 브렌단 보일 민주당 하원의원은 “우리는 이제 독일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EU에서 영국의 영향력은 크게 감소할 것이다. 점차 고립되는 영국의 중요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FT는 그러나 워싱턴과 베를린 관계가 가까워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독일 정부는 재정정책의 유효성 및 유럽에서 긴축정책의 역할을 놓고 이견을 보여 왔다. 그리스 경제위기 당시에는 첨예한 견해차가 드러났다. 벤 카딘 민주당 상원의원은 “독일의 유럽 장악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우리는 독일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영국이라는 중간 매개자가 없는 상황에서 EU를 상대하는 일은 큰 도전”이라고 우려했다.
[관련기사 보기]
☞
☞
☞
☞
☞
☞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미국의 핵심 파트너 ‘英 대신 獨’
입력 2016-06-27 18:01 수정 2016-06-27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