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먼데이’(월요일의 주가 폭락)는 없었다. 지난 2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패닉에 빠졌던 국제 금융시장이 주말을 보낸 뒤 27일 급속히 안정을 되찾았다. 한국은행이 3조원가량의 유동성을 공급키로 하는 등 각국이 시장심리 진정을 위해 적극 대응에 나섰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61포인트(0.08%) 오른 1926.85로 장을 마쳤다. 개장하자마자 1.21% 급락하며 1900선을 위협했지만 저가 매수세가 유입돼 장 막판 상승세로 전환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4원 오른 1182.3원에 거래를 마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아시아 주요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고, 유럽 증시는 낙폭을 줄였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2.39%,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45% 상승했다. 24일 3∼8% 떨어졌던 영국·프랑스·독일 증시는 한국시간 오후 10시30분 기준 1%대 하락에 그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상황이 좋아졌다기보다 지난 주말 큰 충격을 받은 시장에서 관망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전 거래일에 3.39% 급락했던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장 초반 1.20% 하락세를 기록했다.
정부와 외환 당국은 시장의 불안감을 달래려는 메시지를 쏟아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앞으로 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반복되고 중장기적으로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경제주체들이 단기적 상황 변화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이번 주 3조원 이상의 단기 유동성을 시중에 확대 공급키로 했다. 정부는 금융 불안에 선제 대응하는 방안으로 2010년 2월 만기 종료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카드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 여건이 어느 때보다 심각해진 만큼 범정부 차원의 위기대응 체제를 물샐틈없이 유지해야 한다”면서 “시장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시행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을 불러온 영국 정부는 뒷수습을 하느라 긴박하게 움직였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영국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튼튼하다”면서 “국민투표 이후 필요한 비상 계획을 집행했고, 긴급자금 수혈을 위한 통화 스와프도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럽연합 탈퇴를 위한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을 늦출 방침을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신속한 금융시장 안정 대책을 주문했다. 아베 총리는 나카소 히로시 일본은행 부총재에게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에게는 “주요 7개국(G7) 국가들과 긴밀히 협의해 달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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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진 손병호 조성은 기자
sharky@kmib.co.kr
멈춘 공포… ‘블랙 먼데이’는 없었다
입력 2016-06-27 19:01 수정 2016-06-28 0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