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에 이어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가 이번엔 자체 OS 개발을 추진한다.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로 양분된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 ‘플랜B’를 짜는 한편 향후 구글과 마찰이 생겼을 때 협상용 카드로 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구글의 위세가 공고한 상황에서 최근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낸 화웨이가 자체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용도라는 해석도 있다.
27일 IT 전문매체 더버지 등 주요 외신은 화웨이가 구글과의 관계 악화에 대비해 자체 모바일 OS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간 화웨이는 자사 스마트폰에 구글 안드로이드 6.0 마시멜로를 최적화한 ‘EMUI 4.1’을 탑재해 출시해 왔다. 오픈 소스인 안드로이드를 토대로 자체 플랫폼을 만들어 온 셈이다.
화웨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난해 영입한 애플 출신 디자이너 애비게일 사라 브로디를 주축으로 아예 새로운 OS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직 노키아 직원이 포함된 기술자들이 모여 스칸디나비아에서 작업 중인 화웨이의 새 OS의 이름은 ‘기린(Kirin)’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의혹이 일자 리처드 유 화웨이 CEO는 최근 자신의 웨이보 계정을 통해 “안드로이드의 성능이 향상되고 있어 이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고객들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글 측이 안드로이드 OS를 타 기업에 자유롭게 쓰도록 공개하는 한 화웨이 역시 이를 이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자체 OS 개발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은 상태다.
독자적인 OS를 만든 제조사는 화웨이가 처음은 아니다. 구글의 독점을 막고 생태계 대안을 찾기 위해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이미 자체 스마트폰 OS 구축을 완료했다. 삼성전자는 2011년 화웨이 등 제조사와 SK텔레콤·KT 등 이동통신사를 규합해 타이젠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MS도 최근 윈도10 모바일을 통해 시장 확장에 나섰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출시된 기어핏2 등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 홈 솔루션 등에 타이젠을 적용하며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다만 구글과 애플의 아성을 뛰어넘긴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세계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안드로이드는 판매량 기준 83.6%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iOS는 15.4%였다. 구글과 애플을 합치면 99%로, 독점 수준이다. 반면 MS의 윈도10 모바일은 0.8%, 타이젠은 0.2%에 그쳤다. ‘구글 플레이’를 중심으로 소비자의 생활에 깊숙이 뿌리내린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벗어나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이를 두고 화웨이의 기린 OS도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의 자체 OS 개발은 삼성을 넘어 구글과도 대등하게 겨룰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만약 성공한다면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시장도 격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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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진격의 화웨이… 이번엔 ‘OS 개발’ 한다
입력 2016-06-28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