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빌 게이츠 차고’… 대학가에 창업공간 만든다

입력 2016-06-28 04:12
박원순 서울시장이 2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청년특별시 창조경제 캠퍼스타운’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와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모두 ‘차고(車庫)’에서 시작됐다. 허름한 공간이 세계적인 기업의 창업 요람이 된 것이다.

서울시가 창업 육성을 위해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차고’같이 청년들이 꿈을 키우는 창의공간인 ‘아차공간’(아버지 차고)을 대학가에 조성하기로 했다. 대학 주변의 빈 점포나 반지하 공간을 발굴해 리모델링 비용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또 대학시절부터 청년들이 지역에서 창업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대학과 협력해 창업지원센터인 ‘챌린지센터’를 설치, 운영키로 했다. 대학이 소유한 학교 밖 공간에 자체 전문인력을 제공하고 시는 기반시설 설치와 운영비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대학가=유흥가’ 개념을 깨고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캠퍼스타운을 조성해 청년문제 해결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7일 이 같은 내용의 ‘청년특별시 창조경제 캠퍼스타운’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캠퍼스타운은 대학의 청년창업 동력과 인적·물적·지적 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서울시가 재정지원, 갈등관리, 제도개선 등 공공지원을 결합해 대학과 지역사회를 하나로 아우르는 새로운 도시재생모델이다. 시는 내년부터 10개 이상 창조경제 캠퍼스타운을 만들기 위해 2025년까지 약 152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 시내 대학은 총 52개로 모두 65만명이 재학 중이며, 면적만 해도 서울시 가용지의 3.7%(11.45㎢)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의 핵심거점이자 서울 안의 작은 복합도시이다. 시가 52개 전 대학을 직접 방문해 의견을 수렴한 결과 88%가 캠퍼스타운 조성 필요성에 공감했다.

창조경제 캠퍼스타운 계획은 창업육성이 핵심이 되고 주거 안정화, 문화 특성화, 상권 활성화, 지역 협력이 함께 이뤄지는 ‘1+4’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대학과 해당 지역 특성에 맞게 ‘1+4’ 방식을 종합 적용하는 ‘지역창조형’과 단위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형’으로 구분된다.

지역창조형(1곳당 50억∼100억원 지원)은 대학과 청년의 지역참여 의지가 높은 지역, 대학과 주변의 지리적 연계가 강한 지역, 주민의 역량이 강하고 종합재생이 가능한 지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년 3곳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총 10곳을 선정해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사업대상지로 선정된 ‘안암동 창업문화 캠퍼스타운’은 올 하반기 세부 실행계획 수립에 들어가 2020년까지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고려대가 소유한 외부 공간(안암동 5가 51-3 일원)에 대학 주도로 거점시설인 창업지원센터를 건립하고 빈 점포 등을 활용해 소규모 창의공간 등도 마련할 계획이다.

프로그램형(1곳당 6억∼30억원 지원)은 대학과 지역에 필요한 개별사업 단위로 추진된다. 보행환경 개선, 청년 임대주택 공급 같이 물리적 개선이 이뤄지는 ‘하드웨어형’(20곳)과 청년창업 컨설팅, 지역공동체 강화 등 프로그램 중심으로 추진되는 ‘소프트웨어형’(30곳)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대학들은 캠퍼스타운 조성에 적극적이지만 지역사회가 얼마만큼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캠퍼스 내 기숙사나 상업시설 건립 등을 둘러싼 갈등에서 보듯 대학과 지역 상인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 캠퍼스타운 조성은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특히 대학가 상권 활성화로 임대료가 급등해 기존 임차상인들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사회뉴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