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FTA·통화 스와프… 유일호 ‘근본 대책’에 촉각

입력 2016-06-28 04:02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렉시트 관련 금융권별 대응계획 점검회의를 열고 굳은 표정으로 금융시장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브렉시트에 정부가 ‘근본적 대응 방향’을 내놓겠다고 밝히면서 어떤 대책이 있을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영국·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다시 맺는 방안을 추진하고, 영국의 금융 허브로서 지위 변동에도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미 통화 스와프를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오후 브렉시트 관련 긴급 경제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브렉시트 파급효과는 단기간에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중장기적인 문제”라면서 “긴 호흡을 가지고 근본적 대응 방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설명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7일 “올해 말 열릴 예정인 제3차 한·영 경제통상공동위원회에서 양자 간 FTA 관련 첫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영국은 EU 회원국으로서 EU가 정한 양허 관세율를 적용했다. 영국이 2년 뒤 최종적으로 EU를 탈퇴하면 양허 관세율이 적용되지 않으니 새롭게 FTA를 맺는다는 방침이다. EU 2위 경제 규모 국가인 영국이 빠지면서 EU와도 FTA 세부 내용을 조정해야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영국의 EU 탈퇴 이후 영국·EU와 무역협정을 재설정하는 문제를 근본적인 대응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영국의 금융 허브 기능도 약해질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브렉시트로 영국 런던의 금융 허브 기능이 약화되면 그 기능이 유럽 대륙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며 “영국을 창구로 삼는 대(對)유럽 금융 전략도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응키 위한 근본적 방안으로 한·미, 한·일 통화 스와프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시장의 안정감을 높이기 위해 한·미 통화 스와프를 재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한·미, 한·일 통화 스와프는 브렉시트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한국이 가져가는 것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이날 정부에 환율 문제 개선을 위한 통화 스와프 확대 등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화 스와프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통화 스와프는 상대국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 상황을 인정하고 경제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브렉시트로 원화는 다른 신흥국 통화들과 마찬가지로 약세가 점쳐지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올라가 수출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국내 금융시장에선 외국 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성 교수는 “원화 약세 상황에서 원화 강세로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경제에 좋지도 않다”며 “원화 약세 상황을 인정하는 게 브렉시트 이후 상황에서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원화 약세를 용인하며 실물경제를 살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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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