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나비효과에 국내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자금이 달러·엔화 등 안전자산으로 쏠리면서 유가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올 하반기 기지개를 켤 것으로 전망되던 국내 수출산업에 또다시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2014년 이후 올 초까지 전 세계를 강타한 ‘유가 하락→원자재 생산국 경기침체→수요 부진과 교역 감소’라는 글로벌 경기악화 사이클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유화학·건설, 유가 하락 유탄 우려
스탠다드차타드를 비롯한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브렉시트 이후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45∼48달러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지난주 50달러를 넘어섰던 브렌트유는 브렉시트 발표 이후 48.41달러로 떨어졌다.
유가 하락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업종은 원유를 100% 수입해 써야 하는 정유·화학업계다. 일단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기 침체에 따른 장기적 수요 감소를 불안요소로 꼽고 있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유럽과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감소할 경우 정제마진(제품가격-원유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유가격 하락에 따라 제품가격이 떨어진 상태에서 수요가 감소하면 다시 제품가격을 낮춰야 해 마진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 유가 하락보다 가장 큰 수요처인 중국시장의 침체 여부를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유가로 해외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의 경우 수주 환경이 더욱 악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국내 업체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27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1% 급감했다. 유가 약세로 올 1∼2월 배럴당 20달러 초반까지 추락했던 국제 유가가 점차 회복되면서 하반기 수주 확대에 대한 기대를 높였지만 브렉시트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가가 하락할 경우 중동 및 중남미 지역 발주가 지연되거나 취소돼 수주 물량면에서 어려움을 예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경기 침체, 조선·해운·철강에도 먹구름
브렉시트 자체가 국내 조선·해운·철강업계에 당장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세 업종 모두 경기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업계의 불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겨우 회복세를 보이는 조선 발주가 다시 위축될 수 있다. 특히 유럽은 국내 조선사의 주요 고객이 포진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선주들이 자금 마련에 난항을 겪으면서 발주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봤다.
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는 해운업계도 사태의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운선사 관계자는 “브렉시트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세계 교역량이 줄고, 이에 운임료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국내 철강사들의 영국 수출 비중은 전체의 1% 안팎으로 낮지만 브렉시트 여파로 경기가 불안해지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철강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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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김현길 유성열 기자 jukebox@kmib.co.kr
브렉시트發 유가하락… 떨고 있는 유화·해외건설
입력 2016-06-27 18:09 수정 2016-06-27 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