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 참석차 내한한 故 대천덕 신부의 딸 토레이 교수 “한국의 문화와 문학 더욱 알리겠다”

입력 2016-06-27 21:39
드버니아 토레이 교수가 지난 25일 전주대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를 마치고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와 문학을 더욱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내 마음속에는 늘 한국의 정서가 가득합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와 문학을 더욱 알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25일 전북 전주대를 찾은 드버니아 토레이(50·여) 미국 유타대 교수는 유창한 한국어로 말을 이었다. 그는 이날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가 주최한 ‘근현대 동아시아 식민통치와 지역공동체의 변화’를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전주를 방문했다.

토레이 교수는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는 미국인 사제’인 고(故) 대천덕(미국명 루벤 아처 토레이, 1918∼2002) 신부의 딸이다. 대천덕 신부는 중국에서 활동한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나 평양에서 청소년기를 난 뒤, 미국에서 신학교를 졸업하고 39세에 한국으로 나와 10년 가까이 성공회대의 원장으로 봉직했다. 1965년 가족을 이끌고 강원도 태백의 산골로 들어가 ‘예수원’을 설립, 산비탈을 개간해 한국의 대표적인 수도원 공동체로 키워냈다.

그의 둘째 딸인 토레이 교수의 한국 이름은 명숙(明淑)이다. 강원도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 4학년 때 졸업반 언니들의 서울 수학여행을 따라 갔다가 눈에 띄어 한 잡지에 ‘두메산골의 미국소녀’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크게 실렸다. 이후 거의 한 달간 매일 10∼20통의 팬레터를 받았다.

그는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꿈을 찾아 19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유타대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남편도 같은 대학 같은 과 교수다.

“단편소설을 위주로 수업을 합니다. 허생전·양반전처럼 사회 풍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고전소설이나 ‘메밀꽃 필 무렵’ ‘사랑방손님과 어머니’ 등도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1∼2년에 한 번은 한국에 온다는 토레이 교수는 “한국사회는 발전과 변화의 속도가 정말 빠르다”며 “주거 개선과 생활 편리 측면에서는 이해하지만, 시골의 풍광과 정취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다음 달 5일 출국 예정으로 현재 고향 강원도를 여행 중인 토레이 교수는 27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앞으로 한국을 오가며 ‘동서양의 고전 읽기’ 등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