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검의 젊은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까웠던 이들이 생전에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유족에게 전달했다. 이를 토대로 그 아버지가 최근 대검찰청에 탄원서를 냈다. 아들이 직속상관인 부장검사의 일상적 폭언과 인격모독에 시달렸다는 내용이다. 숨진 검사가 주변에 토로했던 말은 이렇다. “부장검사에게 매일 욕을 먹으니 자살 충동이 든다.” “보고 때면 결재판으로 찌르고 수시로 폭언을 한다.” “동료 결혼식장에서 술 먹을 방을 구하라고 다그쳐 어렵다고 했더니 피로연 끝나고까지 욕설을 했다.”
상관 폭언이 검사 자살의 직접 원인이란 증거는 아직 없다. 진상조사를 하고 있다. 자살의 원인이 됐든 아니든 그런 폭언과 모욕이 검찰 조직에 상존한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검찰은 인권을 다루는 집단이다. 죄를 따져 피의자의 인권을 제약하는 권한을 가졌다. 그 힘을 남용한 인권침해가 없도록 법에 여러 규정을 뒀다. 그런데 정작 검찰 내부에서 상관이 부하의 인권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자살 충동이 들도록’ 부하에게 모멸감을 준 검사가 조사받는 이의 인권은 얼마나 존중했겠나.
뿌리 깊은 상명하복 관행이 이런 행동을 낳았을 것이다. 폭언을 일삼은 부장검사는 자신의 상관에겐 입 안의 혀처럼 굴었을지 모른다. 상명하복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조직원을 양성한다. 이를 통한 기강은 조직에 대한 애정이 결여돼 사상누각과 같다. 그러니 검사 자살이 알려지자 다른 검사가 SNS에서 “스폰서 달고 질펀하게 놀던 간부” “성매매 피의자 같은 간부” 등 조직 치부를 들춰내는 것 아닌가.
이런 문화는 전관예우 관행에도 일조했을 테다. 상명하복 습성은 퇴직한 검사가 후배 검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윤활유가 된다. 검사 자살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검사가 법이 부여하지 않은 권위에 휘둘리지 않는 조직문화’를 갖추는 데 검찰 개혁의 방향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사설] 상관의 폭언, 자살한 검사… 검찰문화 이 정도 수준인가
입력 2016-06-27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