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 내 대표적 보수파인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지난 2월 숨졌다. 후임 지명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졌다.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내년 취임하는 새 대통령에게 지명권을 넘겨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명을 강행했다. 다만, 공화당 반발을 의식해 신망이 높은 중도 성향의 메릭 갈랜드 연방항소법원장을 택했다. 그럼에도 공화당은 지금까지 인준 청문회를 거부하고 있다. 대법원의 이념 지형이 진보 우위(진보 5, 보수 4)로 기우는 걸 우려해서다.
보수 편향의 우리 대법원은 9월 퇴임하는 이인복 대법관 후임으로 추천된 34명 명단을 24일 발표했다. 현직 법관 26명(76%)에 변호사 4명, 로스쿨 교수 4명이다. 서울대 법대 출신이 24명이나 된다. 평균 연령 56.4세. 여성은 단 1명이다. 어디선가 봤던 데자뷔다. ‘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법관’이란 도식적인 모델. 민일영 대법관 후임 선정에 들어간 지난해 7월 투명성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처음으로 추천자 명단 27명을 공개했을 때도 그랬다. 법관 22명(81%)에 변호사 5명이었다. 여성은 이번처럼 1명이었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는 다음 달 6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3명의 후보자를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한다. 대법원장이 이 중 1명을 제청하면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문제는 추천위 구성 및 심사 구조가 후보를 직접 제시하는 대법원장 의중에 따르게 돼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대법원장 뜻에 없는 나머지는 들러리로 전락한다. 국민 의견이 반영되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수순대로라면 이번에도 대법관 후보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배출된다.
근데 지난해와 상황이 달라진 게 하나 있다. 바로 여소야대 국회다. 시대적 요구인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이 무시되면 야권이 거부할 수 있다. 미국처럼 정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걸 피하려면 야당 입장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변호사나 학자 출신 대법관 가능성이 엿보이는 이유다. 양 대법원장의 선택이 주목된다.
박정태 논설위원
[한마당-박정태] 천편일률 대법관 후보
입력 2016-06-27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