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피아’나 공직자윤리위나 한심하기는 마찬가지

입력 2016-06-27 19:57
공정거래위원회 퇴직 간부들의 85%가 최근 5년 동안 대기업이나 대형 로펌에 재취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2012∼2016년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 통과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공정위 4급 이상 퇴직자 20명 중 17명이 대기업이나 로펌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삼성카드·기아자동차·현대건설 등 대기업에는 13명(65%), 김앤장·태평양·바른 등 로펌에는 4명(20%)이 재취업했다.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무원이 퇴직 전 5년 동안의 업무와 관련 있는 기관에 재취업할 수 없는 기간을 퇴직 후 3년으로 정하고 있지만 공직자윤리위의 승인이 있으면 예외로 하고 있다. 공정위와 퇴직 고위 공무원들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공직자윤리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공직자윤리법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공직자윤리위의 부실 심사를 수없이 본 국민은 이들의 항변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동안 공정위는 ‘경제 검찰’이라는 위상과는 동떨어진 한심한 짓을 꽤나 자행했다. 과징금을 멋대로 매겼다가 조정을 거쳐 대폭 줄여준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과징금 감액 사유도 ‘부담 능력’ ‘시장 여건’ 등 법에도 없는 재량권을 남발했다. 기업체가 과징금 부과액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는 패소를 밥 먹듯이 했다. 국민은 공피아(공정위+마피아)들이 기업이나 로펌에 독버섯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가 필요할 때 전관의 인맥과 영향력을 동원하면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빈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체의 불공정 행위를 감싸기 위해 방패막이로 나서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파렴치한 짓이다. 공정위의 퇴직 공무원들이 재취업한 기업체의 불법·부당 행위에 대한 공정위 조사 무마, 과징금 규모 축소, 검찰 고발 방해 등을 위해 애쓴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렇게 공정위의 퇴직 간부를 활용하지 않고는 기업이나 로펌이 비싼 연봉에 이들을 데려다 쓸 턱이 없다. 국회는 퇴직 공무원이 경제 정의와는 다르게 기업과 로펌을 위해 일하지 못하도록 공직자윤리법과 제도를 개정해야 한다.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데 악용되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관련법도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