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초 1년6개월간 운영하던 서비스를 포기하고 사업을 정리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서 대단히 의기소침해 있던 그때,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교수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김 대표, 그때 나에게 설명했던 그 사업모델, 그거 한국관광공사에서 모집하는 공모전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제안해 봐요.” 바로 창조관광 아이디어 공모전이었다. 처음엔 귓등으로만 듣고 말았으나,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제안해서 선정되면 해보기로 마음먹고 위치기반 ‘여행 SNS플랫폼 개발’이라는 주제로 사업 제안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현재의 ‘여행노트’다.
여행노트는 자유여행객이 늘어나고 있는 관광시장 트렌드를 반영하여 사용자들이 쉽게 자신의 여행경험을 공유할 수 있고, 이걸 모아 정보로 축적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 고민하며 만들어진 서비스다.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지원받은 사업화자금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론칭하고 3년이 흐른 지금 여행노트는 10만 회원을 보유한 서비스로 성장했으며, 기관투자가의 투자와 추가적인 정부 지원을 확보하게 되었다. 여행노트가 지금에 이를 수 있었던 건 단순히 사업비 몇천만원을 쥐어주고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한국관광공사 자체가 관광분야 스타트업의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창조관광사업은 매년 선발되는 업체의 개별 밀착 지원을 통해 업체별로 최적의 시장진입 및 성장 전략을 수립한다. 또한 여행주간 캠페인, 내나라여행박람회, 지자체설명회 참여와 해외지사 네트워크를 통해 신규 상품이나 서비스의 테스트베드 제공, 그리고 관광시장 홍보 및 판로개척 등의 지원을 받는다. 여기에 공사 내 관광전문가들이 제공하는 현장성 있는 정보와 컨설팅은 타 분야에서 관광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사업자들에게 안성맞춤이 되는 지원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여행노트는 2013년 관광공사 구석구석 캠페인에 참여 기회를 얻어 단기간 내에 사용자 7만명을 모집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작년에 있었던 내나라여행박람회에서는 창조관광기업관을 찾은 한 에인절투자자로부터 개인투자를 받기도 했다.
아쉬운 점도 없진 않다. 가령 선정된 당해연도 사업자에게 지원이 집중되다 보니 서비스 론칭부터 성장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플랫폼 기업들은 후속지원이 절실한데도 시장에 안착하기 전에 주요 지원이 종료돼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경제성장률이 2%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관광시장은 매년 고성장을 거듭하는 역동성이 있어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불타는 의지로 도전할 청년들에게 분명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지난 17일에 개최된 ‘문화관광산업 경쟁력 강화 회의’에서도 이 부문에 대한 정부 의지가 강력히 피력되었다. IT, 제조 기반의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관광분야 스타트업의 초기투자, 시장진입을 위한 홍보와 판로개척 등 벤처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들이어서 열매를 맺을 수 있었으면 한다.
매년 창조관광사업으로 선정되는 시점이 되면 업계는 상당한 기대를 갖게 된다. IT를 기반으로 한 여행 서비스부터 체험, 학습, 액티비티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사업자들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작은 스타트업이 상품 출시부터 홍보, 마케팅 등 모든 영역을 다 수행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훌륭한 기업들이 창조관광사업에 속속 참여하여 서로 훌륭한 콜라보 파트너가 돼 상생할 수 있도록 창조관광사업이 약진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김성욱 ㈜여행노트앤투어 대표
[기고-김성욱] 창조관광사업의 진화
입력 2016-06-27 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