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선 상사한테, 유치원에선 선생님한테, 동네에선 엄마들한테 늘 ‘죄송해요’라는 말을 달고 산다.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고 살 수 없을까.”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워킹 맘 육아 대디’의 주인공인 맞벌이 엄마 이미소(홍은희 역)가 남편 김재민(박건형 역)에게 푸념하는 말이다. 드라마에는 이미소 커플 외에도 세 커플이 등장한다. 실직해 집에서 살림하는 남편, 육아휴직을 두 번 쓸 수 없는 아내 대신 육아휴직을 낸 남편은 동네에서 온갖 편견에 시달린다. 아내들 역시 매일 직장에서 치열하게 버텨내고 있다. 가정과 직장, 육아 등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 커플의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특히 맞벌이 부부들에겐 남 얘기가 아니다.
드라마 속 워킹 맘 이미소의 말처럼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을까. 일과 가정을 모두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는 없을까.
최근 ‘사랑, 다시 한 번’이라는 책을 출간한 신언혁(64) 센시아카데미 원장은 “직장생활과 육아 등으로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부부에겐 이벤트보다 배우자를 향한 사소한 관심과 배려가 더욱 필요하다”며 “특히 말만 잘 해도 행복한 부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맞벌이 부부에게 관계의 핵심은 ‘섬세한 대화법’에 있다는 것이다.
15년 동안 나사렛대 대우교수로 ‘기독교와 가정’을 가르치고 있는 신 원장은 부부교육 및 상담을 하는 가정사역 전문가다.
신 원장은 “배우자가 일을 우선순위로 생각할 때 상대방은 존중받지 못한다는 마음이 들고 좌절하게 된다”며 “해외출장이나 일이 많을 때라도 서로 ‘사랑한다’ ‘관심을 갖고 있다’ ‘당신밖에 없다’고 자주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격려와 인정, 감사하는 말은 대화의 선순환을 가져온다. 신 원장은 “진정한 대화는 논리적인 것을 논하는 게 아니라 슬픔과 기쁨, 외로움 등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나누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배우자의 단점을 고치겠다고 잔소리를 해봐야 소용없다”며 “대신 배우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배우자의 장점을 매일 칭찬하다 보면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칭찬을 듣다 보면 마음의 문이 열려 충고 등 다른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남편은 아내를 존귀하게 대하고 아내는 남편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게 필요하다”며 “배우자의 마음이 어떤지 헤아리고 서로의 필요와 욕구가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40년간 부부관계를 연구해온 존 가트맨 워싱턴대 명예교수는 실험을 통해 이혼한 부부의 94%가 비난 무시 변명 도피라는 형태의 언어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신 원장은 이 네 가지 언어는 대화의 독극물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원장은 “최근 증가하는 황혼이혼 역시 일방적으로 제압당해 참고 살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결행한 경우가 많다”며 “젊은 시절부터 부부는 무조건 참기보다 자신의 필요나 욕구를 부드럽게 말하는 기술을 배워 적극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육아 관련 문제가 부부싸움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부부가 육아 문제에 있어서도 서로 지혜롭게 협력해야 한다고 신 원장은 조언했다.
가족관계를 방치한 채 일중독이 된 사람들은 중년 이후 부부관계나 자녀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힘들다. 신 원장은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은 필수”라며 “행복한 삶을 위해 일과 가정, 자아, 공동체의 네 영역에서 적절히 시간을 분배해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말만 잘해도 행복한 부부 될 수 있어요”
입력 2016-06-27 2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