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비리 수사의 핵심 열쇠로 꼽혔던 브로커 이동찬(44)씨가 지난 18일 체포됐지만 검거 과정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파출소까지 찾아가 이씨를 신고한 사람의 신원, 커피숍에 동석했던 전직 검찰수사관이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간 배경 등 석연찮은 부분이 곳곳에 남아있다.
‘정운호 법조비리’ 수사의 핵심 브로커 이동찬(44)씨가 체포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그의 검거 과정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파출소까지 찾아가 이씨를 신고한 사람의 신원, 체포 현장에 동석했던 전직 검찰수사관이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간 경위, 이씨가 챙겼던 돈뭉치의 행방 등 석연찮은 대목이 여럿 남아 있다. 이씨 검거의 공이 있는 경찰도, 수사 중인 검찰도 구체적인 상황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신고자는 누구인가
검찰이 전담팀까지 꾸려 추적했던 이씨는 도주 40여일 만에 경찰 손에 체포됐다. 누군가의 신고가 결정적이었다. 경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8일 오후 8시50분쯤 한 남성이 경기도 남양주 평내파출소로 찾아와 이씨의 소재를 제보했다. “안면 있던 이씨가 ‘내가 수배 중인데 돈세탁을 해주면 수수료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9시쯤 D커피숍에 가면 그가 있을 것”이라고 신고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씨가 A급 지명수배자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현장에 출동했다.
신고자는 은밀하게 움직이던 이씨의 동선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셈이다. 신고자가 이씨에게 투자금을 맡겼고, 은신처까지 제공했다가 관계가 틀어지자 밀고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시 커피숍에 함께 있었던 검찰수사관 출신 강모(49)씨에게도 의혹의 눈길이 간다. 검·경은 “강씨는 신고자가 아니다”고 밝혔지만 그가 어떤 식으로든 이씨 검거에 관여했을 개연성이 있다. 강씨는 2010년 ‘스폰서 검사’ 수사 때 연루 사실이 드러나 파면된 인물이다. 이씨 도주를 도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강씨 1차 수배 조회는 왜 실패했나
현장에 나간 경찰관 3명은 이씨, 강씨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강씨는 태연히 운전면허증을 제시했고, 이씨는 “신분증이 없다”며 주민등록번호를 댔다. 이씨는 자신이 말한 주민등록번호가 거짓인 것을 경찰이 눈치채자 곧바로 2층 테라스에서 뛰어내려 도주했다. 경찰관들이 이씨를 뒤쫓는 틈을 타 강씨는 이씨가 메고 왔던 검은색 가방을 챙겨 자리를 떠났다. 주변 CCTV에는 커피숍을 걸어서 나서는 강씨와 이씨 가방을 든 의문의 여성이 그를 뒤따르는 장면이 촬영돼 있다.
경찰은 이씨 검거 뒤인 오후 10시40분 파출소에서 강씨 운전면허증을 갖고 수배 상황을 조회했다. 그러나 강씨 이름은 수배 명단에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다음날 0시40분쯤 강씨의 수배 여부를 다시 조회했는데, 1차 때와 달리 그의 이름이 수배자로 떴다. 2시간 새 두 차례 수배 조회를 한 데 대해 경찰은 검찰에 파견 중인 경찰관의 문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파견 경찰관이 파출소에 전화를 걸어 “강씨는 없었나. 수배 중인 사람이니 확인해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 수배가 지난 7일 내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드물기는 하지만 (조회 시) 전산 에러가 났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씨 못 잡나, 안 잡나
이씨는 검찰에 인계된 이후 한동안 조사 자체를 거부했다. 이런 와중에도 검찰은 이씨가 은신처로 쓰던 아파트를 찾아내 19일 새벽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이씨를 경찰에 제보한 신고자가 검찰에도 정보를 건넸을 공산이 크다. 신고자 및 경찰이 인지하지 못했던 커피숍 동행 여성에 대한 조사도 신속히 이뤄졌다. 이씨는 지난 21일 구속 수감됐다. 검찰은 그 전날 홍만표 변호사를 구속 기소했다. 이씨가 도주할 때 챙겼다는 수억원도, 그의 가방을 갖고 사라진 강씨의 행방도 아직 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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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호 양민철 기자 inhovator@kmib.co.kr
‘브로커 이동찬’ 검거 과정이 수상하다
입력 2016-06-27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