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쇼크] “일자리 10만개 이상 사라진다”… 英 젊은이들 분노

입력 2016-06-27 04:02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에 출연한 영국 배우 댄 스티븐스가 ‘브렉시트’를 풍자하기 위해 올린 식탁 사진. 오른쪽에는 영국산 콩 통조림만 달랑 있고, 왼쪽에는 치즈와 소시지, 포도주 등 유럽연합(EU) 국가의 식료품이 잔뜩 놓여 있다. 브렉시트로 영국 내 EU 국가들의 식료품 가격이 치솟아 결국 싼 영국 음식만 먹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인스타그램

영국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을 후회하는 ‘리그렉시트(Regrexit)’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투표권이 없는 10대 청소년부터 20, 30대 젊은이들은 “나는 영국인이 아니라 유럽인”이라며 시위를 벌였다. 온라인에도 성토의 글이 이어졌다.

‘내 투표가 아니다’ 극명한 세대차

이번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는 영국이 EU에 가입한 1973년 이후 태어난 세대와 그 이전 세대의 간극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통합 유럽 분위기가 어색하지 않은 젊은층이 대거 잔류를 지지한 반면 이전 세대는 높은 실업률과 이민자 문제로 탈퇴에 힘을 보탰다는 것이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젊은이들은 ‘나는 EU(eYou)와 함께하고 싶다’는 팻말을 들고 거리고 나섰다. 28일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는 브렉시트에 항의하는 런던 시민 3만5000여명의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도 예정돼 있다.

온라인에선 ‘우리가 무슨 일을 한 거지(#What have we done)’ ‘내 투표가 아니다(#not my vote)’란 해시태그를 단 글이 유행처럼 번졌다. 한 네티즌은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우리와 우리의 미래를 사랑하기보다 외국인을 증오하기로 결정했다는 게 비참하다”고 적었다.

영국 하원 웹사이트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재투표 청원글에는 26일 오전까지 300만명 이상의 서명이 이어졌다. 재투표를 청원한 윌리엄 올리버 힐리는 “투표율이 75% 미만이고 찬성 응답이 60%가 안 됐기 때문에 투표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이트는 서명하려는 사람이 몰려 한때 다운되기도 했다. 영국 하원은 10만명 이상이 서명한 청원은 논의 절차에 들어간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에게 “런던을 독립된 주로 선포하고 스코틀랜드처럼 EU에 재가입 신청을 하라”는 인터넷 서명운동도 시작됐다. 영국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서명운동이 시작된 지 하루도 안 돼 약 15만명이 동참했다.

당장 런던 일자리 4만개 사라질 처지

미래를 걱정하는 영국 젊은이의 외침이 기우만은 아니었다. 미국 경제 주간지 포천은 “브렉시트 후 영국인만 떠나게 된 것은 아니다”며 유럽 내 경제 중심지 ‘시티 오브 런던’의 금융업 종사자들이 떠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브렉시트 투표에서 이 지역 유권자의 75.3%는 EU 잔류를 택했다.

포천에 따르면 브렉시트 통과로 이 지역에선 당장 일자리 4만개가, 장기적으로 10만개 이상이 사라질 판이다. 이 지역에서 일하는 금융계 종사자 약 36만명 중 11%인 4만명이 다른 EU 회원국 출신이다.

미국계 대형은행 직원은 대거 업무 지역을 옮길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전부터 “투표가 만약 가결되면 런던에 있는 직원 5000명 중 20%를 이동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JP모건체이스도 직원 4000명을 유럽 외 지역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고 했다. 직원 6000명이 상주하는 골드만삭스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잔류’ 측에 50만 달러(약 5억8650만원)를 지원하면서 힘을 보태기도 했다.

미국 투자은행 KBW(Keefe, Bruyette&Woods)의 연구원은 대형 미국 은행 5곳에서만 직원 7200명 이상을 내보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험회사인 로이즈 오브 런던도 관련 업계에서만 최소 3만4000명이 영국 밖으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브렉시트 통과로 2020년까지 7만∼10만개의 금융업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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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