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으로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정치, 외교는 물론 경제적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국제 질서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우리 금융시장도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등 직접 타격을 받고 있다. 브렉시트로 인해 달라질 국제정치 지형과 경제적 충격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국제사회가 신고립주의(Neo Isolationism)를 예고하고 있다.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 사회적 질서가 협력적 블록체제에서 배타적 독립체제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실험에 들어갔다. 영국의 EU 탈퇴는 이 같은 신질서의 첫 시험대다. 세계가 인정사정없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차원의 협력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국제적 차원의 배타적 태도는 각국에서 심각한 내부 균열을 부추기고 있다.
분열의 양상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시행한 영국 내부에서 먼저 나타났다. BBC방송은 25일(현지시간) 브렉시트에 반대한 젊은세대가 재투표를 요구하는 등 반발에 나서 세대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투표 실시 자체를 후회하는 리그렉시트(Regrexit) 그룹도 생겼다. 갈등 사안을 놓고 극단적 대립만 무성할 뿐 ‘절충’은커녕 ‘승복’조차 사라진 모습이다.
영국에서 팽배해진 이기적 분열주의와 고립주의는 영연방 해체 같은 또 다른 분열을 부르고 있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긴급 내각회의를 주재해 “EU에 남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개천명했다.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 재추진과 함께 진행될 독자적인 EU와의 협상은 스코틀랜드의 탈(脫)영국, 즉 영연방 해체를 의미한다.
영국의 EU 탈퇴는 “무리한 국제적 의무는 짊어지지 않겠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탈퇴파는 영국이 난민을 너무 많이 받아들였고, EU 분담금도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저소득층과 노인세대는 이주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복지 혜택이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런 박탈감은 EU를 버리더라도 내 이익은 지켜야 한다는 극단적 선택으로 표출됐다.
영국의 고립주의적 선택으로 유럽의 분열 조짐도 가시화되고 있다. EU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지 않도록 하려고 영국에 “빨리 떠나라”고 매몰차게 소리치고 있다. 리스본 조약에 보장된 2년도 길다는 것이다. 심지어 각국 극우 정당은 이번 기회에 EU 탈퇴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타협과 관용을 앞세워 여러 고비를 넘겼던 세계의 질서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그리스 재정위기와 시리아를 포함한 중동, 아프리카 난민 문제에 유럽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인도적 지원과 배려는 그런 국제사회의 양보, 희생 속에서 가능했다.
영국의 EU 탈퇴는 다른 나라의 어려움에는 가능한 한 개입하지 않는 고립주의를 부추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돈이 안 되면 건들지 않는다”는 극단적 외교정책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미국 대선에서도 표출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이런 고립주의와 직결돼 있다. 갈등, 충돌, 분열이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정상)인 시대가 인류 앞에 다시 도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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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브렉시트 후폭풍 (1)] ‘분열’ 도미노… 국가·민족·세대 간 충돌
입력 2016-06-27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