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쇼크] “소나기 피하고 보자”… 돈, 안전자산으로

입력 2016-06-27 04:09
2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룩셈부르크,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의 외무부 장관이 모여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에 따른 대책을 논의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 6개국은 EU 설립에 가장 먼저 참여한 나라들이다. AP뉴시스
브렉시트 결정 이후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국채와 금 등 안전자산 쪽으로 급속한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영국의 국민투표 전후인 23일(현지시간)과 24일 세계 주요국의 주가는 하락하고 환율은 치솟았다. 실물경제 파급 우려로 국제유가도 폭락했다. 안전한 투자처로 파악되는 미국 독일 등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사려는 사람이 일시에 몰려 내려갔다. 현물자산인 금값의 상승세는 2년 내 최대치였다.

미국과 유럽 증시는 영국에서 브렉시트가 확정된 24일 직후 전날에 비해 각각 3.4%와 8.6% 뒷걸음질쳤다. 영국의 주가 역시 3.2% 떨어졌고, 특히 런던이 중심지인 금융업을 중심으로 은행 부문이 9.8%나 하락했다. 한국 코스피가 3.1% 떨어진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국제통화 중에서는 안전자산인 달러화와 엔화를 사려는 흐름이 강했다. 유로화가 약세를 보인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영국의 파운드화는 달러당 환율이 1.3679를 기록하며 하루 만에 가치가 8.1% 급락했다.

안전자산의 대표주자인 금은 자금이 몰리며 2014년 이후 2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24일 뉴욕상품거래소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4.7% 올라 온스당 1315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안 그래도 세계경기가 부진한데 브렉시트로 유럽의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커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8월 인도분을 기준으로 배럴당 47.64달러로 마감해 전날보다 4.9%나 떨어졌다.

해외 투자기관들은 유럽권 성장률 둔화와 아시아 주식시장 하락 가능성을 지적한다. 골드만삭스는 영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5%로 낮추고, 유로존도 1.5%에서 1.3%로 하향 조정했다. 아시아권에 대해서는 금융 부문을 통한 브렉시트 파급 여파로 주가의 추가 하락(-5∼-10%) 가능성을 언급했다. 무디스 역시 영국의 투자 및 소비 둔화를 진단하며 영국의 신용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브렉시트 파장을 줄이기 위한 정책 당국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다음 달 23일부터 이틀간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을 앞두고 통상장관 및 고용장관 회담이 각각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열린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도 11일로 예고돼 있다.

다음 달 26일로 예고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구도가 거꾸로 인하 쪽으로 방향을 틀지 주목된다.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전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브렉시트로 미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스위스 바젤 국제결제은행(BIS) 세계경제회의에 모인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시장 기능의 작동 여부 및 안정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상호 긴밀히 협조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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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