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결정 후폭풍으로 국내 추가경정예산(추경) 확대론이 힘을 받고 있다. 브렉시트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이 체감 경기까지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추경 편성액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하반기 경기 방어를 위해 최대 26조원 넘는 추경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반면 브렉시트가 실물경제까지 위축시킬 가능성은 작다며 추경을 늘릴 필요는 없다는 입장도 있다.
“최대 26조6000억원 필요”
정부가 당초 추경 편성을 고려한 것은 국내 경기 위축 때문이었다. 우선 이달부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고용 악화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조선업체가 집중된 경남 지역의 지난달 실업률은 1년 전보다 1.2% 포인트 상승한 3.7%를 기록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열린 제9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등으로 하반기 경제여건 악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초 10조원 안팎의 추경 편성안을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1900선이 무너졌고, 코스닥시장에는 주식 매매가 일시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금융·외환시장 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높아지면서 추경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자본 유출이 나타나고, 실물시장에도 불안감이 확대된다”면서 “추경을 종전 계획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도 26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지난해와 재작년 하반기의 경기 수준을 유지하는 데서 더 나아가 적극적인 경기 진작을 하려면 추경 규모는 최소 11조5000억원에서 최대 26조6000억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상반기 재정집행 진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국가채무가 커지는 상황에서 브렉시트까지 겹쳤다”며 “추경 편성이 안 될 경우 연말 재정절벽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브렉시트로 세계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하반기 국내 산업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대량실업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경 같은 경기부양 조치가 없으면 저성장 국면이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실물경제 영향 안 줄 것”
추경 확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외환시장과 달리 제조업 등 실물경제에는 브렉시트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2년간은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도 그대로 유지되는 등 당분간은 실물경제가 받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브렉시트는 외환·금융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문제”라며 “실물경제 영향은 불확실한 상황인데 추경 규모를 늘리자는 주장은 납득이 안 된다”고 밝혔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도 “브렉시트 자체보다 세계경제가 둔화될 가능성 때문에 추경을 확대할 순 있다”면서 “급하게 규모를 늘리기보다 추경 예산을 어디에 쓸지 논의하는 작업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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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브렉시트 쇼크] 대내외 위기에 힘실리는 추경 확대… “최대 26조 필요”
입력 2016-06-27 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