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쇼크] 고환율 직격탄 항공·정유 ‘먹장구름’… 유통도 흐림

입력 2016-06-27 04:02
영국 런던의 한 환전소에 25일(현지시간) 세계 각국 지폐의 파운드화 거래 가격이 제시돼 있다. 23일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했다. AP뉴시스

영국의 브렉시트 여파에 국내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엔화 강세로 인해 수출채산성이 좋아지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심리 위축으로 해외시장 자체가 냉각될 수 있어 경기 회복에 장애가 될 공산이 크다. 특히 항공, 정유업계의 경우 환율 변동 등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고, 유통은 소비심리 위축으로 유탄을 맞을 수도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8830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 등이 겹치면서 5629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외화환산손실은 6075억원이나 된다.

항공업의 경우 장단기 차입금과 항공기 리스 비용 등 외화 표시 부채가 많고, 항공유 등을 외화로 구입해야 해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실제 지난해 원·달러 환율의 월별 평균은 1월 1088.86원에서 12월 1172.24원으로 상승했다. 올해는 1월 평균 원·달러 환율이 1201.67원에서 5월 1171.51원으로 다소 안정됐지만 브렉시트가 확정된 24일 전일 대비 29.70원 오르는 등 상승폭이 커졌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체류 비용 증가도 항공사엔 악재다. 국내에서 이용객이 가장 많은 일본 항공 노선의 경우 엔저 효과 덕을 톡톡히 봤지만 엔화가치가 오르면 이용객 감소가 불가피하다. 항공사 관계자는 “일본은 지난해 내국인만 400만명 넘게 방문하는 등 항공 수요가 급속히 증가해 왔다”며 “엔화가치가 오를 경우 일본만한 대체 여행지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환율 상승 시 저유가에 따른 연료비 절감 효과가 상쇄되는 것도 부담이다. 항공기 도입 계획 등 항공업계의 추가 투자 역시 악영향 받을 가능성이 있다

원유를 100% 수입해야 하는 정유업계도 환율 상승이 고스란히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정유업계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를 때 SK에너지는 310억원, GS칼텍스는 200억원,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도 각각 150억원 정도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구조조정 대상인 해운·조선업의 전망도 어둡다. 유류비 비중이 높은 해운업도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과 물동량 추가 감소 등이 우려된다. 조선업은 주요 선주가 유럽에 몰려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일감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브렉시트 확정 이후 유통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흐림’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있을 때마다 소비자들은 지갑을 꽉 닫는다”면서 “고가 수입 브랜드는 유로, 파운드화 하락으로 가격 인하 가능성이 있지만 판매가가 내려도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할 가능성은 낮아 전체적인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텔업계도 실물경기가 나빠지면 기업들이 가장 먼저 출장비와 접대비를 줄이기 마련이어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면세점 업계는 엔화가치 상승으로 중국인 관광객 유치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 매출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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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길 김혜림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