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사각지대] 선진국, 파견근로 규제 완화하며 정규직과 차별금지 제도도 강화

입력 2016-06-27 19:31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파견근로가 늘고 있다. 주목할 것은 파견근로 시장이 커지면서 선진국들은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파견근로자에게 상용직 근로자와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기 위해 차별금지 제도를 강화했다는 점이다.

일본은 1985년 파견법을 제정한 뒤 꾸준히 규제를 완화했다. 13개였던 파견가능 업무는 96년 26개로 늘었고 99년엔 모든 업무에 파견이 가능하도록 했다. 파견기간도 99년엔 전문업무(26업무) 3년, 기타업무 1년이었지만 2003년엔 전문업무는 기간 제한을 폐지했고 기타업무는 3년으로 연장했다. 파견노동자는 2003년 236만명에서 2007년 381만여명으로 급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자 제조업을 중심으로 파견근로자 해고, 파견계약의 중도해지가 속출하면서 실업자가 늘었다. 파견근로자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2012년 개정된 파견법은 이 같은 요구를 따른 것이다. 일단 파견 사업주나 파견사용 사업주의 관리 책임이 없는 30일 이내 단기고용 파견을 금지했다. 파견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해 사용사업주의 의무도 강화했다. 미등록 파견업체를 이용하거나 금지된 업무에 파견근로자를 배치하면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파견수수료 등의 정보 공개도 의무화했다.

독일은 2003년 하르츠 개혁을 기점으로 파견근로 노동시장이 급성장했다. 하르츠 개혁은 90년대 말 통일비용 지출과 유로화 체제의 시작으로 장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이 이어지자 사민당 정부가 내놓은 경제대책이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한 고용 증대로 불황의 악순환을 끊자는 내용. 하르츠 개혁법안은 파견기간의 상한, 특별기간 약정금지 등 규제를 제거했다. 파견근로자는 2003년 32만8000명에서 2013년 81만5000명으로 늘었다. 문제는 파견·기간제 등 비전형 근로자만 증가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 의회가 2008년 ‘파견근로에 관한 유럽연합 지침’을 의결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독일도 지침에 따라 법을 개정, 근로기간 제한을 연장했다. 2011년엔 최저임금 사항을 추가하고 근로조건도 정규직 수준으로 맞췄다. 사용자는 파견근로자에게 채용 정보를 우선 제공하고 기업 내 복지시설 이용도 보장하도록 했다.

영국은 2010년 파견근로자들이 다른 근로자들과 동등한 수준의 임금, 근로조건을 보장받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이미 법으로 보장한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외에도 고용기관의 시설과 서비스를 동등하게 사용하고 사업장의 채용 정보를 상시 제공받도록 했다. 또 동일한 사업장과 직무에서 12주 이상 근무하면 다른 근로자들과 동일한 대우를 받도록 했다. 반발도 컸다. 중개업체들은 파견근로자 시장을 위축시켜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은 파견근로자들의 임금이 오르고 노동유연성이 떨어지면 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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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