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쇼크] 美 주도 세계질서 붕괴 신호탄… 中·러 “긴밀 공조”

입력 2016-06-27 04:02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2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AP뉴시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는 단순히 민주 진영의 타격일 뿐 아니라 미국 주도로 수립된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의 붕괴를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EU 탈퇴 국민투표에 따른 영국의 ‘작은 영국(Little England)’으로의 후퇴는 전 세계 권력, 경제관계, 국경, 이데올로기의 재편(reordering)이 이뤄질 가능성을 제기하는 또 하나의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저성장으로 인한 전통적인 자유경제 신뢰도 하락, 서구에서 급부상하는 포퓰리즘, 중동의 국경 붕괴, 중국과 러시아의 개입주의, 급증하는 난민 유입에 이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의 정치 및 중산층 전복으로 전후에 자리 잡은 서구체제와 동맹이 유례없는 도전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특히 영국은 전후 질서의 기둥이자 수혜국으로 유엔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 글로벌 평화와 번영에 투자한 전후 국제기구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 기반을 무너뜨리는 상징이 됐다. 영국의 EU 탈퇴는 세계 최대 단일시장인 EU뿐 아니라 세계 민주주의를 약화시킬 것이며 유럽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핵심인 ‘전후 컨센서스(합의)’를 훼손시켰다고 NYT는 비판했다.

시카고 국제문제위원회의 대표이자 나토 미국대사를 지낸 아이보 H 달더는 “브렉시트로 세계질서가 완전히 파괴되지는 않겠지만 하나의 선례가 돼 질서를 계속 훼손하는 ‘잠재적 부식성’을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브렉시트 결정 직후인 25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첫 연차총회와 중·러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NYT는 두 이벤트의 상징성에 주목하면서 브렉시트 후 균열이 커진 미국 주도의 질서를 부각했다. AIIB는 중국이 주도하며 57개국이 참가해 만든 국제기구다. IMF와 세계은행 주도의 전후 금융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흘 사이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지며 더욱 긴밀한 공조를 약속했다.

진뤼친 AIIB 총재는 과거 미국을 언급하며 “역사에서 한 제국이 영원히 세계를 지배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브렉시트로 우크라이나 사태 등 러시아의 공세에 가장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던 영국이 영향력을 잃음에 따라 러시아는 가장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역사학자 티머시 가튼 애시는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푸틴 대통령은 기쁨의 손뼉을 치게 될 것”이라며 “영국 국민이 서구와 국제협력의 이념, 개방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가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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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