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쇼크는 미국 대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브렉시트 때문에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였다.
클린턴은 유럽연합(EU) 잔류를 옹호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마찬가지로 위험이 따르는 급격한 변화보다는 현상유지(status quo)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클린턴은 분노보다는 합리성을 내세우며 국제화를 추구하는 안정적이고 노련한 리더십이 미국에 필요하다는 실용적 국제주의자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클린턴의 신중함이 기성정치에 진저리를 내는 유권자에게 위안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경선에 나섰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나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정치적 혁명’을 이루겠다는 과격한 약속을 앞세웠던 것에 비하면 호소력과 매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NYT는 “브렉시트 결정은 평범한 유권자의 분노가 엘리트 정치인의 생각보다 훨씬 깊고 광범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오하이오주 애크런 대학의 데이비드 코헨 교수는 “브렉시트는 클린턴 캠프가 잠재적 승리 가능성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확실히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와 샌더스, 브렉시트 찬성론자는 대중의 분노와 불안에 호소했고, 이것은 먹혀들었다”며 “미국의 노동자도 유럽의 노동자 계층과 상황이 비슷하다. 다국적 경제체제는 중산층에 환대받을지 몰라도 노동자에겐 안 통한다”고 설명했다. 공화당의 선거전략가인 마이크 두헤임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는 현상유지를 혐오하는 반발이 예상보다 훨씬 강렬하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은 브렉시트 찬성파와 트럼프 지지층 사이에 상당한 유사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브렉시트 결정이 멕시코계 판사 공격과 올랜도 총기참사 이후 궁지에 몰린 트럼프 캠프엔 ‘반가운’ 소식인 것이다. 영국 브렉시트 찬성파와 마찬가지로 반(反)이민과 고립주의를 부추긴 트럼프의 전략이 먹혀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경제평론가 아나톨 칼레츠키는 “브렉시트 지지자와 트럼프 지지자의 인구통계상 특성은 매우 유사하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지지층은 고졸 이하 학력의 백인이다. 브렉시트 투표에서도 주민의 학력과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탈퇴 선호도가 높았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영국의 EU 탈퇴를 이끈 원동력이 미국에서 트럼프 열풍을 가져온 힘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은 과거부터 이민자의 나라였고 영국은 EU 가입 후 이민자가 급증했기 때문에 문제가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또 브렉시트 지지자가 분노한 것은 브뤼셀의 강압적 관료주의이기 때문에 미국 대선과 비교하기에는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AP통신은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찬반을 선택하는 것인 반면 대선은 인물의 인성, 리더십, 신뢰도가 골고루 영향을 미친다”며 “미국 대선이 브렉시트로부터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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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트럼프 대통령 현실화?… 대서양 건넌 브렉시트 쇼크
입력 2016-06-27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