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쇼크] 제2의 리먼?

입력 2016-06-27 04:11

브렉시트로 2008년 ‘리먼 사태’ 때와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세계증시 급락과 신흥국 자본 이탈, 금 등 안전자산 선호 등 당시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현재의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제2의 리먼 사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선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대형 금융기관의 부실에 따른 금융시스템 위기였다. 리먼 파산으로 금융시장을 떠받치는 신뢰가 무너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달러 유동성이 마르는 신용경색으로 이어졌다. 이에 비해 이번 브렉시트는 정치·경제 제도 변화가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간접적인 형태다. 물론 전 세계에 흩어진 영국계 투자자금이 회수될 공산이 크지만 2008년 달러 유동성 부족 사태보다는 심각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누구도 파산할 거라 예상치 못했던 리먼 사태 때와 달리 브렉시트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 익히 알려진 악재였다. 국민투표를 일주일 앞두고 브렉시트를 반대한 영국 노동당 조 콕스 의원 피살로 잠시 안도 랠리가 이어졌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브렉시트 발생에 따른 대비는 어느 정도 돼 있던 상황이었다.

시계(視界)를 좁혀서 우리 경제의 외환위기 재발 여부를 예측해 봐도 2008년 당시보다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아졌다. 리먼 사태로 달러가 마르면서 2008년 11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012억 달러까지 내려갔다. 이에 비해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3709억 달러로 세계 7위 수준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6일 “2008년 당시는 외화유동성 쪽에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외환보유액이나 외화정책의 제도적 측면에서 그때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래도 안전장치의 하나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추진 중이다. 양국은 리먼 사태 당시인 2008년 10월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었다가 2010년 2월 만기 종료했다. 기축통화인 달러화와의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에 대한 강력한 예방주사 역할을 할 수 있다. 외환 당국 고위관계자는 “브렉시트와 관련 없이 한·미 통화스와프는 통화 안정을 위해 중요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 좋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무엇이든지 가능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리먼 사태처럼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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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