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신경외과 의사다. 뇌수술만 3000번 이상 집도했다. 1948년생으로 칠순을 바라보지만 여전히 의사로서 자부심이 남다르다. 지인들에게 “내 손이 떨리나 잘 봐라. 아직도 수술할 수 있다”고 자랑할 정도다.
대한민국 정치 수술을 꿈꾸는 그가 광폭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임기를 마친 후 미국 서부 여행을 떠났던 정 전 의장이 오는 30일 귀국한다. 10월 창당까지 시사했던 그는 새 그릇에 담을 내용을 가다듬는 동시에 세를 규합하는 물밑 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정 전 의장의 행보는 ‘투 트랙’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가 만든 싱크탱크 ‘새한국의비전’을 통해 정치개혁 관련 콘텐츠를 가다듬을 예정이다. 국회의장 당시 측근 3인방인 박형준 전 사무총장, 이수원 전 비서실장, 이명우 전 정무수석이 중심이 돼 틀을 짜고 있다. 이 전 수석은 “20년간의 의정활동을 통해 정 전 의장이 느낀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대안 마련으로 차기 대통령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연구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측근들은 ‘트럼프 현상’ 등 서구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틀이 바뀌고 있는 원인을 파악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모색하는 게 싱크탱크의 첫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 측근은 “권력기관의 부패와 고착화한 기득권 구조에 대한 반발이 서구에서 정치 지형까지 바꾸는 현상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 손으로 뽑은 선출 권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 즉 대의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 상황에 대한 해법 마련 역시 싱크탱크의 주요 과제다. 이는 정 전 의장 행보의 또 다른 축인 ‘개헌과 정계개편’과도 맞닿아 있다. 정 전 의장이 조만간 새누리당을 탈당해 중도세력 결집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 중도 신당 창당 가능성을 내비친 ‘개헌론자’ 이재오 전 의원 등과 제휴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그가 옛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과 꾸준히 교류를 가진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개헌을 고리로 정치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시각도 제기돼왔다.
하지만 이 전 실장은 “정치권 제 세력이 정치의 틀을 바꾸자는 데 공감하지만 각론은 제각각이라 서로 만나 논의하고 숙성시키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개헌을 매개로 한 신당 창당은 성급한 관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선 정 전 의장의 정치 실험이 폭발력을 갖기 위해서는 내부보다 외부 변수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가 구상 중인 정치결사체에 참여할 인사 수가 기득 정당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내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대선을 앞두고 이합집산(離合集散)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가 만드는 ‘빅 텐트’는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의장은 귀국 직후 2년간의 국회의장 재임기간을 정리한 백서를 출간하며, 자서전 집필에도 들어간다. 오는 8월엔 독일 스페인 등도 방문한다. 정 전 의장 측은 “개헌과 함께 폭발적인 온라인 참여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는 스페인 신생 정당 등을 연구하기 위해 8월에 유럽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독일의 한스자이델 재단과 북한 의료사업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의 회동은 주변에서 꾸준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당장은 어렵다는 게 측근들 전언이다. 다만 연내 회동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정치뉴스]
☞
☞
☞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정치 인人사이드] 뇌수술 3000번… ‘의사’ 정의화 기득권 정치판에도 ‘메스’ 의욕
입력 2016-06-27 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