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지호일] 타이밍 수사

입력 2016-06-26 17:50

오랜 검찰 경력의 변호사가 말했다. “두고 봐. 여기저기 진격의 호각 소리가 날거야.” 홍만표 변호사가 구치소에 갇힌 날이었다. 그의 구속은 검찰 밖에서 먼저 불거진 이 사건의 주도권을 비로소 검찰이 쥐게 됐음을 뜻했다. 코너에 몰린 검찰이 휘발성 강한 다른 수사로 검찰을 향하던 이슈를 밀어내기할 타이밍이기도 했다.

며칠 뒤 검찰총장 직속의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대우조선해양을 치고 들어갔다. 롯데그룹에 대한 전면 수사 소식도 이어졌다. 연이은 수사에 100명의 기자들이 상주하는 검찰 기자실은 당장의 속보와 내일의 신문 마감에 허덕였다. 어쩔 수 없이 검찰 입에서 나오는 내용을 전달하는 보도가 늘었다. 홍 변호사와 ‘주식 대박’ 진경준 검사장은 무수한 압수물 박스 행렬과 함께 페이드아웃됐고, 수세였던 검찰은 어느새 공세 국면의 칼자루를 잡았다.

검찰은 “수사 시점이 무르익었다” “더 이상 늦추면 수사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부패 단서가 나와 수사한다는 명쾌한 명분은 반박거리가 아니다. 다만 대우조선이나 롯데 수사는 현 정부 시작 무렵부터 사설 정보지에 나돌 정도로 참신한 아이템이 아니다. 두꺼운 베일에 가려진 검찰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엿보기도 어렵다.

그래서 묻고 싶어진다. 정말 지금 시점에 수사를 몰아쳐서 시작해야 했나. 그 판단은 오롯이 수사만 놓고 내린 것인가. 나아가 집권 4년차 ‘군기잡기’라는 세간의 인식과 수사는 진짜 무관한가. 이 답은 산더미 같은 수사기록, 피의자들과 밤낮 없이 씨름하는 수사팀이 아니라 수사 판을 짜는 지휘부의 몫일 터다.

혹여나 검찰이 검찰을 위해 타이밍을 잰 뒤 칼을 뺐다면 위험하다. 수사가 어떤 목적성을 띠면 방식이나 결과도 의구심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영화 ‘내부자들’)란 발상은 영화 속에나 있어야 한다.

지호일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