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속구 투수라는 자기소개는 허풍이 아니었다. 시속 160㎞에 육박한 포심 패스트볼이 포수의 미트로 빨려 들어갈 때마다 상대 타자는 연신 방망이를 헛돌렸다. 7회까지 던진 공 105개의 평균 시속은 154.8㎞. 올해 프로야구가 처음으로 기록한 시속 150㎞대 평균구속이다.
한화 이글스가 새롭게 장착한 외국인 강속구 투수 파비오 카스티요(27·도미니카공화국)를 앞세워 반격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카스티요는 지난 2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7이닝을 4피안타(1홈런) 1실점으로 막았다. 한화가 8대 1로 승리하면서 카스티요는 선발승을 수확했다.
한화는 이 승리로 9위 삼성 라이온즈를 0.5경기 차이로 추격했다. 5위 LG 트윈스를 2.5경기 차이로 뒤쫓고 있어 위닝 시리즈만 만들면 언제든 순위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줄곧 빠져 있었던 에이스 투수 에스밀 로저스를 웨이버 공시 요청한 한화의 입장에서 카스티요의 데뷔전 승리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카스티요는 알렉스 마에스트리의 대체선수로 한화에 입단했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335경기 32승50패 24세이브 평균자책점 4.50을 작성하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한화가 NC 다이노스를 8대2로 잡은 지난 21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 원정경기에서 처음으로 기자들을 만나 “나는 강속구 투수다. 평균 시속 97마일(156㎞)로 던질 수 있다. 최고 101마일(163㎞)까지 찍었다”고 자신만만했었다.
강속구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지만 메이저리그로 올라서지 못하고 한국으로 방향을 선회한 그의 성공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데뷔전부터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로 선발승을 챙겨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카스티요는 데뷔전 첫 타석에서 만난 롯데의 손아섭에게 직구만 5개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마지막 5구째 시속은 157㎞였다. 후속타자 정훈, 김문호를 범타로 잡고 가볍게 이닝을 마쳤다. 2-0으로 앞선 2회초 황재균에게 시속 154㎞의 패스트볼을 던지고 비거리 145m짜리 대형 중월 솔로홈런을 맞았다. 하지만 실점은 그게 마지막이었다. 카스티요는 더 이상 점수를 허용하지 않았다.
카스티요가 안정적으로 롯데의 타선을 봉쇄하면서 그동안 선발부터 불펜까지 ‘벌떼 마운드’를 운영했던 김성근 감독의 작전은 폭넓어졌다. 권혁은 나머지 1⅔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송창식은 마지막 아웃카운트 1개를 공 4개로 가볍게 마무리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경기를 마치고 집계한 카스티요 투구의 평균 시속은 154.8㎞. 최고 시속은 159㎞였다. 올해 KBO에 기록된 최고 평균 시속은 헨리 소사(LG 트윈스)의 149.6㎞다. 김 감독은 “카스티요가 기대대로 잘 던졌다. 예상보다 차분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앞으로를 기대하고 있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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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한화 새 용병 투수, 강속구 허풍 아니네
입력 2016-06-26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