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조직의 일부를 떼어내 분석하는 조직검사(조직생검)가 조만간 사라지게 되거나, 존속한다고 해도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간단한 혈액검사나 체액검사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액체검사 시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손주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학술대회에서 액체검사와 관련한 몇 가지 중요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며 “액체검사를 이용한 맞춤 항암치료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조직검사는 생체 내 일부 조직을 채취해 분석하는 진단의학기술이다. 대개 암이 의심될 때 확진을 위한 정밀검사의 한 방법으로 사용된다. 반면 액체검사는 생체 내 조직을 찌르거나(천자) 째지(절개) 않고 혈액, 복수, 타액 등 체액 속에 섞여있는 유전자 조각을 건져내 분석한다.
손 교수는 “혈액이나 체액을 이용하면 CT, MRI, 초음파 등 방사선 영상에 잡힐 정도로 암 덩어리가 커지기 전에도 암세포가 흘린 돌연변이 암 유전자 조각을 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시판을 승인한 ‘코바스 EGFR 돌연변이 테스트’가 대표적이다. 이 검사는 폐암 조직에서 혈액으로 방출된 암 관련 유전자 조각을 환자의 핏속에서 검출하는 액체검사법 중 하나다. EGFR 돌연변이 유전자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치료제(엘로티닙)를 폐암 환자에게 써도 될지 확인해야 할 때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 교수는 “액체검사는 개인 맞춤 항암치료를 위해 필요한 암유전자 변이 정보를 채혈(採血)처럼 쉽고 안전한 방법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조직검사를 보완하고 대체하는 진단법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암세포가 흘린 유전자 조각 정보 조직검사 대신 액체검사로 알아낸다”
입력 2016-06-27 1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