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7일 중국 내 북한 식당에서 봉사무역에 종사하던 종업원 13명이 국내에 들어왔다. 탈북한 지 2개월이 훨씬 지난 지금도 탈북 경위를 둘러싼 논쟁이 진행 중이다. 장내의 법정 공방을 뛰어넘어 장외의 남남갈등과 남북대결로 확대되는 느낌이다. 핵심 쟁점은 자유의사 및 신변안전 문제다. 자유의사에 의한 자진 탈북인지 타의에 의한 기획 탈북인지 여부다. 또한 현재의 상태가 보호를 받고 있는지 구금을 당하고 있는지의 문제다. 그리고 외부와의 접촉과 법정 증언이 신변안전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 여부다.
정부는 자유의사에 의한 탈북임을 강조한다. 한국 TV의 드라마·영화,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실상과 북한체제 선전의 허구성을 알게 된 게 탈북의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에 오는 것에 서로 마음이 통했으며 누구도 거부하지 않았음을 부연 설명한다. 북한은 타의에 의한 기획 탈북임을 주장한다. 국정원이 식당 지배인을 매수해 종업원들을 집단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 계획적인 유인·납치극을 벌였다고 비난한다. 13명의 탈북자들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잘 보호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우리 사회 정착을 위한 초기 단계에 있고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타의에 의한 탈북자가 있다면 ‘구금의 상태’에 있을 수 있음을 우려한다. 정부는 탈북자와 북에 있는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외부인의 접견이나 법정 증언대에 내세울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 일각에선 당사자의 사진이 이미 공개됐고 북한 가족들도 공개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주목한다.
정부는 ‘합리적 의심’을 풀어줄 책무가 있다. 원인은 정부가 제공했다. 정부는 4·13총선 직전에 탈북 사실을 공개했다. 탈북자들의 사진도 제공했다. 대북 제재의 결과임을 부각시켰다. 조용한 외교를 벗어난 이례적인 공개였다. 총선에 이용하려 했다는 의심은 정상적이다.
13명의 탈북 규모는 크다. 오래전 탈북한 해외 체류자들도 아니다. 가족관계나 정치적 망명 단체도 아니다. 서로 감시하고 경계하는 봉사무역 접대원들이다. 갑작스럽게 마음이 통해 일사불란하게 탈북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국정원은 지금도 그들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앞으로도 일정 기간 직접 관리하겠다고 한다. 13명의 탈북자들은 황장엽 비서와 같은 고위급이 아니다. 김정은 혈통과 직접 관계되는 로열패밀리도 아니다. 핵과 미사일에 대한 고급 정보를 가진 것도 아니다. 굳이 분류한다면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평범한 탈북자는 1∼2개월 보호센터에서 합동신문을 마친 뒤 사회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하나원에 입소한다. 정부가 하나원 입소를 늦추는 것은 ‘합리적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다.
의심은 13명의 탈북자들이 아니라 국정원이 탈북자들에게 인권침해를 했는지로 이어진다. 민변이 이를 일정 부분 대변하려 한다. 최근 탈북 단체들의 집단행동은 또 다른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 국민들은 탈북자 및 가족들의 신변안전을 우려한다. 정부와 민변은 신변안전에 대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유엔 대북인권위원회 서울사무소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가 몇 개이고 김정은 위원장이 공포정치를 하고 있는 것만 감시해서는 안 된다. 탈북자들을 통해 북한 내에서의 인권탄압 사례들을 수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탈북 과정이나 합동신문 과정에서 인권침해 사례가 없는지도 감시해야 한다. 정부와 민변, 대북인권위원회가 머리를 맞대어 국내의 ‘합리적 의심’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한반도포커스-양무진] 정부가 ‘합리적 의심’ 풀어줘야
입력 2016-06-26 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