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꿈인 우민(가명·12)이는 여섯 살 때부터 백혈병과 싸우고 있다. 우민 어머니는 아이의 항암 치료가 진행되던 2013년 교육청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학교와 화상수업을 병행하기 어려우니 하나만 고르라는 통보였다. 우민이는 건강 상태가 좋을 때는 학교에 출석하고, 몸 상태가 안 좋거나 병원 치료가 잡힌 날은 화상수업으로 공부했다. 어머니는 “화상수업을 빼앗으면 공부할 권리도 빼앗는 것”이라며 3년을 버티고 있다. 우민이는 면역력이 일반 아이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몸 상태가 변하고 작은 질병도 치명적이어서 학교에 제대로 가기 어렵다. 아이가 좋아하는 학교를 포기할 수도 없다. 하지만 교육청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담임교사를 동원해 화상수업 탈퇴를 요구하고 있다.
뇌전증(간질) 환자인 경수(가명·16)는 학교폭력으로 학교를 그만뒀다. 급우들은 쓰러져 부들부들 떠는 경수 입에 슬리퍼를 물려 놨다. 라면 스프를 코와 얼굴에 뿌리거나 ‘얘는 쓰레기’라며 쓰레기통 옆에 눕혀놓은 날도 있었다. 학교가 가해학생에게 내린 처분은 ‘교내 봉사’가 고작이었다. 교사들도 경수를 ‘골칫거리’로 여겨 은근히 전학을 요구했다. 경수 어머니는 “아이가 집에 와 ‘동물원 원숭이처럼 구경거리가 돼 더 못하겠어요’라며 울던 날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경수는 화상수업에 참여한 후 스트레스가 줄어 쓰러지는 횟수가 줄었다. 하지만 경수도 학교 복귀 압박에 시달린다. 교육 당국의 지원이 줄어 화상수업 기관이 문 닫을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이 소아암이나 난치성 질환을 이겨내고 힘겹게 공부하는 아이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우민이나 경수처럼 3개월 이상 치료받아야 하는 아이들은 ‘건강장애 학생’으로 분류돼 특수 교육을 받는다. 입원 기간엔 병원에 개설된 ‘병원학교’와 화상수업, 통원치료 기간엔 학교에 가거나 화상수업을 듣는다. 화상수업은 서울·부산·인천·충남 등 4곳에 있는 화상수업 기관에서 이뤄지며, 교사 한 명당 학생 4∼6명이 실제 교실처럼 문답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교육부는 올해 화상수업에 투입되는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특별교부금으로 2006년부터 10년을 지원해 왔지만 올해부터 교육청 사업으로 넘겼다. 2013년 예산 삭감을 교육청에 통보했고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10억원 적은 24억원만 교육청에 내려 보낸 뒤 올해는 한 푼도 주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24일 “특별교부금은 한시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사업에 주는 게 원칙”이라고 해명했다. 어느 정도 제도가 정착했기 때문에 교육청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청들은 화상수업 축소에 나서고 있다. 교육부 지원 예산이 없어지고 재정 부담을 떠안게 되자 비용 절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학생이 화상수업을 병행하면 출결 확인 등 행정적인 번거로움이 커지는 점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들은 학교수업과 화상수업을 병행하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화상수업이냐 학교수업이냐’를 양자택일하라는 은근한 압박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화상수업을 듣는 학생은 2014년 1580명에서 지난해 1463명으로 감소했다. 인천의 한 학부모는 “뇌종양 치료 종결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지만, 화상수업과 학교출석 병행을 못하게 되니 건강 때문에 불안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청으로 사업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빚어진 과도기적 현장으로 본다. 실태를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사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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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병마와 싸우는 아이들 두 번 울리는 교육당국
입력 2016-06-2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