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한 날 우리 정부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투표 종료 직후인 24일 오전부터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다. 또 개표 완료를 앞두고 탈퇴가 확실시되자 오후 2시 다시 한번 회의를 소집했다.
최 차관은 “영국은 물론 향후 유럽과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므로 당분간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왔다. 변화하는 유럽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른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브렉시트가 현실화하기까지 2년의 유예기간이 있으며 이 기간 동안에는 현재의 단일시장체제가 유지된다”면서도 “2년 안에 협상이 완료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와의 경제 관계에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실제 브렉시트로 우리나라는 FTA를 포함해 영국, EU와의 경제 관계를 광범위하게 재정립해야 한다. 연구기관들은 브렉시트로 △한·EU FTA 재협상 시 보상 문제 △원산지 누적의 허용 여부 △한·영 FTA 협상 등을 제시했다. 한·EU FTA는 EU에 영국이 포함된 것을 전제로 해 체결한 협정이기 때문에 영국 탈퇴로 줄어든 EU의 경제규모와 시장규모에 맞게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우리나라가 EU에 보상금을 요구할 수도 있다. 1985년 그린란드가 EC(유럽공동체)를 탈퇴했을 때 EC 회원국들은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FTA 협상 시 보상을 주거나 그 이전과 동일한 혜택을 부여했다.
EU와 영국 간 원산지 누적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EU FTA의 품목별 원산지 규정 개정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과의 FTA 체결도 남아 있는 과제다. 영국의 수입에서 EU를 제외한 FTA 체결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11.5%를 차지한다. 한국은 노르웨이와 스위스, 터키 다음으로 4번째로 큰 73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FTA 체결을 진행하지 않으면 당장 관세율 인상에 의한 가격경쟁력 약화로 수출 기업의 수익 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
대외연은 한·영 FTA 협상 시 전문인력 이동이나 서비스 분야 시청각 서비스의 개방 문제 등 논의를 추가로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브렉시트 리스크 진단: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 커졌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브렉시트 현실화로 우리나라와 영국 간 교역규모는 100억 달러 밑으로 다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게 되면 연쇄적으로 수입 규모도 축소돼 브렉시트 이후 한국과 영국의 무역규모는 중장기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우리나라의 대영(對英) 수출액 비중이 지난해 전 세계 수출액 대비 1.4%(74억 달러)에 불과한 만큼 실물부문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지난해 양국의 교역규모는 135억17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EU FTA로 제트유, 운송기계, 석유·석유화학제품 등 수출 품목에 0% 관세를 적용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영국에 수출할 때 다른 국가와 똑같이 관세가 부과된다.
씨티은행은 영국이 빠지면서 EU와의 FTA를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상당 규모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관련기사 보기]
☞
☞
☞
☞
☞
☞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브렉시트 쇼크] 英 빠진 EU와 FTA 재협상 필요… 보상금 요구할 수도
입력 2016-06-24 18:27 수정 2016-06-24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