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지 43년 만의 결별이다. 세계 5위 경제규모를 가진 영국의 EU 탈퇴로 유럽과 세계 정치 전반에 격변이 예상된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투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을 발표했다.
BBC방송은 23일(현지시간) 실시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에서 EU 탈퇴 의견이 51.9% 나와 영국의 EU 탈퇴가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잔류 의견은 48.1%였다. 탈퇴 찬성론자들은 영국의 EU 분담금이 너무 많고, 늘어나는 이민자 유입을 차단하기 EU를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체 유권자 4650만명 중 72.2%가 투표에 참가했다. 지난해 총선 투표율은 64.4%였다.
EU 각국이 맺은 리스본조약에 따라 영국은 2년 안에 EU의 27개 회원국과 통상과 자유이동권 문제 등을 협상하는 절차에 착수한다. 시한이 2년이어서 당장 모든 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불확실성 때문에 혼란이 극심할 전망이다. 협상이 원활하지 않으면 탈퇴에 7∼10년이 걸릴 수 있다. 다만 영국 헌법상 국민투표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캐머런 총리가 투표 결과를 무시하고 의회에 브렉시트 여부를 다시 투표에 부칠 수 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은 “혼란을 줄이려면 영국이 조속히 EU와 탈퇴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캐머런 총리는 24일 기자회견에서 “영국이 EU 안에 있어야 한다는 신념에 변함이 없다”면서 “오는 10월 보수당 전당대회 때까지만 총리직을 수행하겠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차기 총리로는 보수당 소속으로 EU 탈퇴 운동을 주도한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역시 탈퇴를 주도한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UKIP) 대표는 “오늘은 영국의 독립기념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에서는 브렉시트를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제러미 코빈 대표에게 불신임안이 제출됐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잔류 의견이 많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니콜라 스터전 수반은 기자회견에서 “투표 결과는 스코틀랜드인이 계속 EU에 머물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첫 이탈국이 나와 EU의 결속력은 급속히 약화되고 추가 이탈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세계 각지에서 이민자 통제가 강화되고, 극우파가 득세할 전망이다. 미 대선에서도 반이민 정책을 앞세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유리해질 수 있다.
》관련기사 2·3·4·5·6·10면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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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24 18:18 수정 2016-06-24 2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