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가 실제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던 우리 외교 당국은 영국 국민투표 결과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자 상당히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경제 분야를 제외하곤 한·영 양자관계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브렉시트에 따른 외교적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영국이 EU와 탈퇴 협상을 마무리하는 데는 최소 2년이 소요된다. 시간이 소요되는 측면과 EU 내부 사정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브렉시트로 인해 EU와 체결한 조항이 앞으로 받을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같이 협의해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 “경제부처는 경제부처대로 저희는 저희대로 준비돼 있지만, 앞으로 경제주체들과 같이 협의하면서 국내 경제전문가들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당초 외교부는 브렉시트 논란을 영국 내부 문제로 보고 언급을 자제해 왔다. 영국의 EU 잔류가 바람직하다는 국제사회의 중론에 호응하는 수준이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영국의 EU 잔류나 탈퇴는 영국 국민이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단합된 EU가 세계 안보와 번영에 보다 효과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했었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영국의 EU 잔류가 확실시될 경우 이런 입장의 연장선상에서 논평을 내기로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결국 탈퇴로 결론이 나자 외교부는 “영국 국민들의 결정을 존중한다”고만 밝혔다. 그러면서 “영국의 EU 탈퇴가 우리의 대(對)유럽 외교에 미치는 영향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대한민국 건국 이래 긴밀히 이어져 왔던 한·영 관계가 브렉시트 때문에 악화될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다. 한 외교 소식통은 24일 “(브렉시트로 인해) 양자 차원에서 한·영 관계에 큰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한·영 관계 자체는 영국이 EU 안에 있건 바깥에 있건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지역 통합의 상징이었던 EU가 영국의 탈퇴로 위기를 맞으면서 동북아 지역의 통합·협력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동북아에선 경제 교류는 날로 밀접해지면서도 외교·안보적 갈등은 깊어지는 ‘아시아 패러독스’를 극복하고자 EU를 모델로 삼은 방안들을 제시해 왔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게 박근혜정부가 추진 중인 ‘동북아평화구상’이다. 일본은 2009년 비슷한 내용을 담은 ‘동아시아공동체’를 제안한 바 있다. 각종 지정학적 불안요인에도 지난해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등 3국 협력이 물꼬를 튼 것도 이런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윤병세 장관도 “영국의 EU 탈퇴로 지역통합과 세계화를 강조한 지난 20년의 추세를 되돌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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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브렉시트 쇼크] 윤병세 “英 EU탈퇴, 지역통합의 20년 추세 되돌릴 수도”
입력 2016-06-24 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