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현실화하면서 단기적으로 외국인 자금유출 가능성이 높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영국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 한국의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감안하면 금융시장 불안은 단기간에 그칠 것이란 낙관적인 견해도 있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주식시장에 유럽계 자금이 상당하고 영국 자금만 외국인 전체의 8.4%를 차지한다”며 “주식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자본유출이 계속되면 원·달러 환율도 1200원을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자금 중 영국은 36조5000억원으로 미국(172조8000억원) 다음으로 많다. 영국 자금은 지난달 국내에서 4610억원 순매도를 나타냈다.
LIG투자증권 지기호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나타나는 금융시장 반응 가운데 환율 시장부터 크게 요동치고 있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며 “파운드화를 사거나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등의 정책으로 환율 시장에 (한국 정부도) 공동 개입을 한다면 예상보다 금융시장이 빨리 안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브렉시트로 영국의 경기침체가 계속될 경우 한국의 수출 전망이 어두워질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이 먼저 반응을 보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역 시장에서 대유럽 수출도 줄어들 것”이라며 “수출은 해당국 경기에 강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유럽 경기가 침체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키움증권 서상영 책임연구원은 “영국이 실제로 탈퇴하기까지 2∼5년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문제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이나 한국의 대유럽 수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심리적인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LG경제연구원 강선구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갑작스레 상승하면 한국의 수출증가 효과보다는 경제시스템 자체가 불안해지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금융시장에 비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정규철 연구위원은 “영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유럽연합을) 탈퇴한다고 해서 수출·수입이 안 되는 건 아니다”며 “영국과 한국이 실물 쪽에 의존하지 않아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위원은 또 “외환건전성을 보면 경상수지 흑자도 큰 폭이고 단기외채도 많지 않다”며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봤을 때 금융시장 불안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글로벌 정책공조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 안정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강 연구위원은 “브렉시트가 가결돼도 유럽 정상들이 입장을 낼 거고, 빠른 대응이 나올 것”이라며 “국제적인 공조가 이뤄진다면 금융불안이 단기에 해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정책공조가 쉽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하나금융투자 김두언 선임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ECB)이 돈을 풀면서 환율전쟁을 일으키고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수 있다”며 “중국이나 미국이 더 강한 통화완화 정책을 펼 경우 양극화와 분쟁을 일으키는 쪽으로 진행돼 글로벌 정책공조가 와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백상진 나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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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쇼크] “금융시장 안정, 중요 변수는 국제 정책공조”
입력 2016-06-24 18:39 수정 2016-06-24 23:57